창비청소년문학

Latest release: May 3,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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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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못 말리는 녀석이 온다!

제1회 창비청소년문학상 수상작 『완득이』가 출간되었다. 수상자 김려령은 같은 해 마해송문학상과 문학동네어린이문학상을 받으며 혜성같이 등장한 신인으로, 이번에 창비청소년문학상까지 석권하면서 문학계에 흔치 않은 그랜드 슬램 기록을 세웠다. 진지한 주제의식을 놓지 않으면서도 흥미진진하게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필력으로 청소년 심사단과 심사위원들의 눈을 단숨에 사로잡은 이 작품은 비단 청소년뿐만 아니라 모든 세대의 독자들에게 울림을 안겨줄 것이다. 제1회 창비청소년문학상 수상작 2007년 제정된 제1회 창비청소년문학상 공모에는 총 55편의 응모작이 접수되었고, 심사위원으로 위촉된 소설가 공선옥·김연수, 아동청소년문학평론가 원종찬·박숙경은 만장일치로 『완득이』를 수상작으로 결정하였다. 또한 별도로 선정된 청소년 심사위원단 5인 역시 만장일치로 『완득이』에 지지를 보냈다. 심사위원들은 무엇보다 활기 넘치는 매력적인 주인공의 등장을 반겼으며, 우리 사회의 다양한 ‘마이너리티’들을 돌아보는 작가의 주제의식 역시 높이 평가했다.

특별한 성장소설, 『완득이』

『완득이』는 우리 문학사에서 쉬이 찾아보기 힘든, 그래서 더욱 반가운 활력 만점의 성장소설이다. 주인공이 자기를 발견하고 정신적으로 성장해나가는 과정을 그린 성장소설은 세대를 뛰어넘어 모든 독자들에게 읽히곤 한다. 그러나 그간 우리 독자들은 성장소설의 진정한 감동과 재미를 『호밀밭의 파수꾼』 같은 서구소설이나 『Go!』 같은 일본 대중소설에서 찾아왔던 것이 사실이다. 이제 우리도 청춘소설의 고전 반열에 들 작품, 그리고 한 세대를 풍미할 주인공 ‘완득이’를 갖게 되었다고 자부하면서, 창비는 성인 독자를 겨냥한 양장본을 함께 출간하기로 하였다.

완득이는 집도 가난하고 공부도 못하지만 싸움만큼은 누구에게도 지지 않는 열일곱 살 소년이다. 철천지원수였다가 차츰 ‘사랑스러운 적’으로 변모하는 선생 ‘똥주’를 만나면서 완득이의 인생은 급커브를 돌게 된다.

킥복싱을 배우면서 세상에 대한 분노를 표출하는 법을 익히고, 어머니를 만나면서 애정을 표현하는 법을 알게 되는 완득이는 소설 속에서 조금씩 성장해나간다. 생동감 넘치는 캐릭터의 향연 『완득이』는 주인공부터 조연에 이르기까지, 현실에서 튀어나온 듯한 개성 만점의 캐릭터들이 한데 모여 조화를 이루는 진풍경을 연출한다. 가진 건 타고난 두 주먹뿐인 뜨거운 청춘 도완득은 첫눈에 독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을, 이 시대의 진정한 ‘훈남’이라 할 만하다. 거기에다 학생들을 살살 약 올리는 재미로 학교에 나오는 건 아닐까 의심스러운 담임선생 ‘똥주’, 부잣집 딸에다 전교 1, 2등을 다투는 범생이지만 왠지 모르게 완득이에게서 눈길을 떼지 못하는 윤하 등도 매력 만점의 주인공이다.

여기에다 완득이가 교회에 갈 때마다 나타나 ‘자매님’을 찾는 정체불명의 핫산, 밤마다 “완득인지, 만득인지”를 찾느라 고래고래 소리치는 앞집 아저씨 등등 양념처럼 등장하여 호기심을 자극하는 주변 인물들의 조화도 더없이 절묘하다. 차차차보다 유쾌하게, 킥복싱보다 통쾌하게! 캐릭터 못지않게 눈길을 끄는 『완득이』의 매력은 바로 속도감 넘치는 문체이다. 리드미컬한 대사와 지루할 틈 없이 전개되는 스토리는 일견 만화를 연상시킬 정도다. 『완득이』는 롤러코스터다. 한번 올라타면 끝날 때까지 절대 내릴 수 없다. 꾸밈없이 솔직한 문장과 거침없이 내달리는 이야기 속에서 독자들은 차차차보다 유쾌하고, 킥복싱보다 통쾌한 완득이의 스텝을 따라 어느새 신나게 들썩이고 있는 자신의 두 발을 목격하게 될 것이다.

‘희망’이라는 촌스러운 단어의 화려한 부활

또 하나, 『완득이』가 지닌 가장 강력한 무기는 한바탕 웃고 난 뒤 코끝을 찡하게 하는 감동이다. 난쟁이 아버지와 베트남에서 온 어머니, 어수룩하고 말까지 더듬는 가짜 삼촌으로 이루어진 완득이네는 냉정한 현실에서 결코 환영받지 못할 가족상이다. 게다가 할 줄 아는 거라곤 주먹질밖에 없는 완득이지만 기죽고 좌절하기는커녕 남들이 지레 포기해버린 행복까지 단단히 그러쥔다. 정해진 길을 맹목적으로 따라가는 대신, 세상과 온몸으로 부딪쳐 자신만의 길을 찾아가는 것이다. 온실의 화초는 절대 알지 못할 생활 감각과 인간미, 낙천성을 가진 완득이를 통해 독자는 ‘희망’이라는 촌스러운 단어의 진정한 의미를 되새길 수 있을 것이다.

▶ 줄거리

집도 가난하고 공부도 못하지만 싸움만큼은 누구에게도 지지 않는 피 끓는 열일곱 청춘 도완득. 카바레 삐끼로 일하다가 보따리 장사꾼으로 나서게 된 난쟁이 아버지와 옥탑방에서 살지만 절대 기죽지 않던 완득이의 인생은 괴짜 선생 똥주의 등장으로 한순간에 꼬이기 시작한다. 험한 말을 입에 달고 살고 학생 괴롭히는 걸 낙으로 삼은 듯한 담임선생 ‘똥주’. 하필 이웃에 살면서 날이면 날마다 제 이름을 불러젖히는 똥주 때문에 완득이는 골치가 아프다. 수급대상자에 멋대로 이름을 올려놓고 수급품을 빼앗아 가더니, 이젠 얼굴도 모른 채 잊고 살았던 어머니와 마주치게 한다. 남몰래 불법체류 노동자를 돕는 일을 하던 똥주가 베트남 출신인 완득의 어머니를 찾아낸 것. 처음에는 멋쩍기만 하던 어머니와의 만남에서 애틋함을 배운 완득은 모범생 정윤하와 가까워지면서 ‘꽃 냄새 나는 껌’ 같은 첫사랑의 감정을 느끼게 된다. 그리고 킥복싱을 배우면서 인생의 목표를 찾게 된 완득은 진 횟수만큼 이기고 킥복싱 관장님을 찾아가겠다는 목표도 세운다. 완득의 아버지도 똥주의 도움으로 삼촌과 함께 댄스 교습소를 열어 생활의 활력을 되찾는다. 똥주 때문에 묘하게 꼬여버린 줄 알았던 완득이의 스텝은 어느새 이렇게 경쾌한 리듬을 타고 있다.

Changbi Publishers

완득이: 제1회 창비청소년문학상 수상작
Book 1 · Oct 2014 ·
4.8
못 말리는 녀석이 온다!

제1회 창비청소년문학상 수상작 『완득이』가 출간되었다. 수상자 김려령은 같은 해 마해송문학상과 문학동네어린이문학상을 받으며 혜성같이 등장한 신인으로, 이번에 창비청소년문학상까지 석권하면서 문학계에 흔치 않은 그랜드 슬램 기록을 세웠다. 진지한 주제의식을 놓지 않으면서도 흥미진진하게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필력으로 청소년 심사단과 심사위원들의 눈을 단숨에 사로잡은 이 작품은 비단 청소년뿐만 아니라 모든 세대의 독자들에게 울림을 안겨줄 것이다. 제1회 창비청소년문학상 수상작 2007년 제정된 제1회 창비청소년문학상 공모에는 총 55편의 응모작이 접수되었고, 심사위원으로 위촉된 소설가 공선옥·김연수, 아동청소년문학평론가 원종찬·박숙경은 만장일치로 『완득이』를 수상작으로 결정하였다. 또한 별도로 선정된 청소년 심사위원단 5인 역시 만장일치로 『완득이』에 지지를 보냈다. 심사위원들은 무엇보다 활기 넘치는 매력적인 주인공의 등장을 반겼으며, 우리 사회의 다양한 ‘마이너리티’들을 돌아보는 작가의 주제의식 역시 높이 평가했다.

특별한 성장소설, 『완득이』

『완득이』는 우리 문학사에서 쉬이 찾아보기 힘든, 그래서 더욱 반가운 활력 만점의 성장소설이다. 주인공이 자기를 발견하고 정신적으로 성장해나가는 과정을 그린 성장소설은 세대를 뛰어넘어 모든 독자들에게 읽히곤 한다. 그러나 그간 우리 독자들은 성장소설의 진정한 감동과 재미를 『호밀밭의 파수꾼』 같은 서구소설이나 『Go!』 같은 일본 대중소설에서 찾아왔던 것이 사실이다. 이제 우리도 청춘소설의 고전 반열에 들 작품, 그리고 한 세대를 풍미할 주인공 ‘완득이’를 갖게 되었다고 자부하면서, 창비는 성인 독자를 겨냥한 양장본을 함께 출간하기로 하였다.

완득이는 집도 가난하고 공부도 못하지만 싸움만큼은 누구에게도 지지 않는 열일곱 살 소년이다. 철천지원수였다가 차츰 ‘사랑스러운 적’으로 변모하는 선생 ‘똥주’를 만나면서 완득이의 인생은 급커브를 돌게 된다.

킥복싱을 배우면서 세상에 대한 분노를 표출하는 법을 익히고, 어머니를 만나면서 애정을 표현하는 법을 알게 되는 완득이는 소설 속에서 조금씩 성장해나간다. 생동감 넘치는 캐릭터의 향연 『완득이』는 주인공부터 조연에 이르기까지, 현실에서 튀어나온 듯한 개성 만점의 캐릭터들이 한데 모여 조화를 이루는 진풍경을 연출한다. 가진 건 타고난 두 주먹뿐인 뜨거운 청춘 도완득은 첫눈에 독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을, 이 시대의 진정한 ‘훈남’이라 할 만하다. 거기에다 학생들을 살살 약 올리는 재미로 학교에 나오는 건 아닐까 의심스러운 담임선생 ‘똥주’, 부잣집 딸에다 전교 1, 2등을 다투는 범생이지만 왠지 모르게 완득이에게서 눈길을 떼지 못하는 윤하 등도 매력 만점의 주인공이다.

여기에다 완득이가 교회에 갈 때마다 나타나 ‘자매님’을 찾는 정체불명의 핫산, 밤마다 “완득인지, 만득인지”를 찾느라 고래고래 소리치는 앞집 아저씨 등등 양념처럼 등장하여 호기심을 자극하는 주변 인물들의 조화도 더없이 절묘하다. 차차차보다 유쾌하게, 킥복싱보다 통쾌하게! 캐릭터 못지않게 눈길을 끄는 『완득이』의 매력은 바로 속도감 넘치는 문체이다. 리드미컬한 대사와 지루할 틈 없이 전개되는 스토리는 일견 만화를 연상시킬 정도다. 『완득이』는 롤러코스터다. 한번 올라타면 끝날 때까지 절대 내릴 수 없다. 꾸밈없이 솔직한 문장과 거침없이 내달리는 이야기 속에서 독자들은 차차차보다 유쾌하고, 킥복싱보다 통쾌한 완득이의 스텝을 따라 어느새 신나게 들썩이고 있는 자신의 두 발을 목격하게 될 것이다.

‘희망’이라는 촌스러운 단어의 화려한 부활

또 하나, 『완득이』가 지닌 가장 강력한 무기는 한바탕 웃고 난 뒤 코끝을 찡하게 하는 감동이다. 난쟁이 아버지와 베트남에서 온 어머니, 어수룩하고 말까지 더듬는 가짜 삼촌으로 이루어진 완득이네는 냉정한 현실에서 결코 환영받지 못할 가족상이다. 게다가 할 줄 아는 거라곤 주먹질밖에 없는 완득이지만 기죽고 좌절하기는커녕 남들이 지레 포기해버린 행복까지 단단히 그러쥔다. 정해진 길을 맹목적으로 따라가는 대신, 세상과 온몸으로 부딪쳐 자신만의 길을 찾아가는 것이다. 온실의 화초는 절대 알지 못할 생활 감각과 인간미, 낙천성을 가진 완득이를 통해 독자는 ‘희망’이라는 촌스러운 단어의 진정한 의미를 되새길 수 있을 것이다.

▶ 줄거리

집도 가난하고 공부도 못하지만 싸움만큼은 누구에게도 지지 않는 피 끓는 열일곱 청춘 도완득. 카바레 삐끼로 일하다가 보따리 장사꾼으로 나서게 된 난쟁이 아버지와 옥탑방에서 살지만 절대 기죽지 않던 완득이의 인생은 괴짜 선생 똥주의 등장으로 한순간에 꼬이기 시작한다. 험한 말을 입에 달고 살고 학생 괴롭히는 걸 낙으로 삼은 듯한 담임선생 ‘똥주’. 하필 이웃에 살면서 날이면 날마다 제 이름을 불러젖히는 똥주 때문에 완득이는 골치가 아프다. 수급대상자에 멋대로 이름을 올려놓고 수급품을 빼앗아 가더니, 이젠 얼굴도 모른 채 잊고 살았던 어머니와 마주치게 한다. 남몰래 불법체류 노동자를 돕는 일을 하던 똥주가 베트남 출신인 완득의 어머니를 찾아낸 것. 처음에는 멋쩍기만 하던 어머니와의 만남에서 애틋함을 배운 완득은 모범생 정윤하와 가까워지면서 ‘꽃 냄새 나는 껌’ 같은 첫사랑의 감정을 느끼게 된다. 그리고 킥복싱을 배우면서 인생의 목표를 찾게 된 완득은 진 횟수만큼 이기고 킥복싱 관장님을 찾아가겠다는 목표도 세운다. 완득의 아버지도 똥주의 도움으로 삼촌과 함께 댄스 교습소를 열어 생활의 활력을 되찾는다. 똥주 때문에 묘하게 꼬여버린 줄 알았던 완득이의 스텝은 어느새 이렇게 경쾌한 리듬을 타고 있다.

Changbi Publishers

우리들의 스캔들
Book 1 · May 2007 ·
0.0
학교 KIN을 외치는 열다섯 청춘들의 시끌벅적 스캔들

창비청소년문학 1권으로 선보이는 이현 장편소설. 평범하기 짝이 없는 새빛중학교의 평범하기 짝이 없는 모범생인 주인공 이보라. 그러나 천방지축 이모가 자기 반 교생으로 오면서 ‘튀지 않는다! 밟히지도 않는다!’를 학교생활백서 1조로 내세운 보라의 일상도 흔들리기 시작한다. 익명으로 활동하는 인터넷 반 카페에 이모의 비밀스러운 사진이 올라오면서 사건은 걷잡을 수 없이 흘러가는데…… 초여름에 몰아닥친 이 씁쓸한 폭풍을 겪으면서 열다섯 아이들은 한 뼘씩 자라난다. 학교 내 폭력과 비혼모 문제를 다룬다고 하면 무겁고 진지하기만 한 내용을 떠올리기 쉽지만, 『우리들의 스캔들』은 청소년들의 생활과 심리에 밀착한 생생한 묘사가 흥미진진하게 읽힌다. 여기에 닉네임을 좇는 과정에서 맞닥뜨리게 되는 예상치 못한 반전도 읽는 재미를 더한다.

2007년 한국 청소년들의 디지털생활백서

직접 만나기보다 문자와 채팅, 댓글과 블로그를 통해 소통하는 요즘 청소년들의 ‘진짜’ 모습이 생생하게 묘사되었다. 인터넷에 반 카페를 만들어 활동하는 일에서 시작하여 남의 허락도 받지 않고 사적인 사진을 퍼 나르거나 심지어 교사가 폭력을 휘두르는 모습을 동영상으로 촬영하는 일은 실제 지금 우리들의 인터넷 문화를 반영한다. 익명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인터넷 문화에 대한 다양한 문제 제기는 눈여겨볼 만하다.

‘창비청소년문학’ 1권

청소년문학의 활성화를 위해 창비에서 야심 차게 준비한 ‘창비청소년문학’의 1권으로 선보이는 작품. “‘지금 여기’의 청소년과 공감대를 넓힐 수 있는 새로운 감수성과 문제의식을 충실하게 담아 즐겁고도 의미 있는 책 읽기”를 추구하는 기획의도에 충실히 부합한다. 2006년 창비 ‘좋은 어린이책’ 공모에서 대상을 수상한 『짜장면 불어요!』의 작가인 이현의 첫 청소년소설이기도 하다.

줄거리

새빛중학교 2학년 5반의 평범한 모범생 이보라. 그러나 비혼모인 이모가 자기 반 교생으로 오면서 보라의 일상도 흔들리기 시작한다. 아이들끼리만 익명으로 활동하는 인터넷 반 카페에 ‘L’이 이모와 조카의 사진을 올리면서 사건이 터지고, 이모는 학교로부터 학급 지도를 포기하라는 종용을 받게 된다. 보라는 글을 지우려 하지만 반 아이들 중 ’L’이 누군지, 카페를 관리하는 2대 올빼미는 또 누군지 알 길이 없다.

한편 학교에서는 불량 서클이 관련된 폭력 사건이 벌이지고, 나름 엘리트주의자인 담임은 반 아이들에게 다른 친구들의 잘못을 적어 낼 것을 강요한다. 이 때문에 보라의 친구 은하는 교무실에 끌려가 저지르지도 않은 잘못을 추궁당하고, 카페에는 이를 고발하는 ’레인보우‘의 글이 올라온다. 가출한 은하에게는 결국 정학 처분이 내려지고, 이를 보다 못한 ’프로도‘가 담임이 학생을 폭행하는 장면을 핸드폰으로 찍은 동영상을 반 카페에 올린다. 교생이 자신의 이모라는 사실을 밝히지 못하고 망설이던 은하는 중대 결심을 하는데……. 초여름에 몰아닥친 이 씁쓸한 폭풍을 거치면서 아이들은 한 뼘씩 자라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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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프링벅
Book 12 · Oct 2008 ·
4.7
놓칠 수 없는 꿈을 향해 오늘도 고군분투하는열여덟 살 우리들의 눈부신 성장통『초정리 편지』 배유안 작가의 첫 청소년소설

창비 ‘좋은 어린이책’ 대상 수상작 『초정리 편지』의 작가 배유안이 청소년소설로 돌아왔다. 전작에서 빛나는 역사적 상상력과 짜임새 있는 스토리텔링으로 많은 독자들의 사랑을 받은 작가가 이번에는 풍부한 교단 경험을 바탕으로 우리 청소년들의 진솔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스프링벅』은 평범한 열여덟 살 소년이 갑작스레 찾아온 형의 죽음을 극복하고 연극을 통해 한 걸음 성장하는 과정을 그린 장편소설이다. 사랑하는 형을 잃은 슬픔과 연극을 통해 꿈을 찾아가는 희열을 씨줄과 날줄처럼 자연스럽게 교차시키는 작가의 솜씨가 믿음직하고, 두 사건이 한 지점에서 만나 절망이 아닌 희망이어야 함을 확인하는 마지막 장면에 이르러서는 가슴 벅찬 감동을 느낄 수 있다. 제목 ‘스프링벅’(springbuck)은 아프리카에 사는 양의 이름으로, 이 양들은 풀을 먹기 위해 무리를 지어 초원을 달리다가 어느 순간 풀을 먹으려던 원래의 목적은 잊고 무작정 뛰기만 해 절벽 아래로 떨어지는 경우가 종종 있다고 한다. 작품 전체를 관통하는 ‘스프링벅’의 비유는 입시 경쟁에 내몰려 꿈을 잃은 채 남보다 앞서는 데만 혈안이 된 우리 청소년들의 모습을 떠오르게 해 가슴이 뭉클해진다.

줄거리

수재로 유명한 모범생 형을 둔 동준은 평범하지만 밝고 씩씩한 고등학교 2학년 학생. 함께 연극부 활동을 하던 단짝 창제의 가출로 뒤숭숭하던 어느 날, 집안의 자랑거리이던 형이 갑자기 죽었다는 소식에 온 가족이 망연자실해진다. 동준은 창제 대신 주인공 역을 맡아 연극 연습에 몰두하며 형을 잃은 슬픔을 극복해보려 애쓰지만, 형을 가르치기도 했던 과외 선생 장근을 통해 형의 죽음에 얽힌 뜻밖의 비밀을 알게 된다. 성적이 떨어졌던 형이 명문대에 진학할 수 있었던 것은 어머니가 과외 선생 장근에게 대리 시험을 부탁했기 때문이고, 죄책감에 시달리던 형은 끝내 스스로 목숨을 끊었던 것. 동준은 어머니에게 분노를 터뜨려보지만 어머니는 자책하다 못해 생을 포기하는 지경에 이른다. 방황하는 동준의 곁에서 오랫동안 좋아해온 친구 예슬이 힘이 되어주고, 가출했던 친구 창제는 혼자 보낸 시간 동안 자기만의 꿈을 찾아 무사히 학교로 돌아온다. 정말 중요한 것은 잊어버린 채 앞 다투어 달리기만 하는 스프링벅 이야기를 모티브로 한 작품으로 연극부는 성황리에 축제 공연을 마치고, 연극을 준비하며 한 뼘 성장한 동준은 지금의 슬픔이 절망이 아닌 희망이어야 함을 되새기며 형을 부른다.

동아리 활동, 축제 준비, 가출, 대리 시험 등 생생한 학교 현장의 목소리

『스프링벅』에는 중고등학교에서 국어 교사로 아이들을 가르치며 느꼈던 작가의 다양한 고민이 고스란히 녹아 있다. 뿐만 아니라 작가가 교사로서, 어머니로서 오랜 시간 아이들과 함께 지낸 경험을 살려 청소년을 둘러싼 교사와 학부모의 시선까지 입체적으로 아우른 것은 다른 청소년소설이 따라갈 수 없는 『스프링벅』만의 장점이다. ‘대리 시험’과 같은 첨예한 이슈를 통해 갈수록 과열되는 입시 경쟁의 어두운 면을 과감히 부각시키면서도 아이들의 건강한 힘을 끊임없이 긍정하는 작가의 애정 어린 시선이 돋보인다. 이야기의 큰 축이 되는 연극부 활동은 결코 가볍지만은 않은 작품 분위기에 십 대 특유의 풋풋한 활기를 더한다.

느닷없는 형의 죽음을 둘러싼 미스터리한 전개

『스프링벅』은 연극을 중심으로 펼쳐지는 아이들의 꿈과 방황 한편으로 형의 죽음이라는 또 하나의 사건이 큰 줄기를 이루고 있다. 도입부에 등장하는 갑작스러운 형의 죽음은 이야기에 긴장감을 불러일으키며, 형의 죽음에 숨겨진 비밀에 다가서는 흡인력 있는 전개가 눈길을 끈다. 이야기가 진행되면서 서서히 밝혀지는 형의 비밀은, 평범한 모범생을 대리 시험과 자살이라는 극단적 선택으로 내몬 비정상적인 교육 환경에 대한 경각심을 극대화한다.

Changbi Publishers

나는 죽지 않겠다
Book 15 · Feb 2015 ·
4.8
‘진짜배기’ 청소년소설이 온다!

중견 소설가 공선옥이 지난 5년간 청소년을 위해 써온 단편소설을 엮은 『나는 죽지 않겠다』가 창비에서 출간되었다. 이번 작품집은 작가 자신으로서도 처음 발표하는 청소년소설집으로, 엄마처럼 살지 않을 거라고 외치는 승애의 이야기부터 여자친구에게 선물을 사주기 위해 편의점 ‘알바’를 뛰는 민수의 이야기까지 총 6편의 작품이 실렸다. 언제나 우리 사회에서 소외받는 이웃들에게 관심을 보내왔던 공선옥의 작품세계는 청소년소설에서도 특유의 따스한 빛을 발한다.

▶ 모든 어른들은 청소년 시기의 감성들을 야금야금 빼먹으며 늙어가는 것만 같다. 이 글을 쓰면서 나는 그 감성들의 최대치를 기억해내는 특별한 즐거움을 누렸다. 공선옥 (「작가의 말」 중에서) 작품별 줄거리 「나는 죽지 않겠다」 급우들이 모은 불우이웃돕기 성금을 맡았다가 생활고에 시달리는 엄마에게 내주고 만 여고생. 설상가상으로 오빠는 남은 돈마저 훔쳐내 급식비로 내고 나머지 돈은 엄마와 동생의 선물을 사는 데 써버린다. 궁지에 몰린 여고생은 자살하려 하지만 마지막 순간에 마음을 고쳐먹고 다시금 삶의 의지를 다진다. 「일가」 이제 중3이 된 소년 희창은 이웃 마을의 미옥이를 짝사랑 중이다. 그러던 어느 날 중국에서 찾아온 친척 아저씨가 염치없이 며칠이고 집에 눌러앉으면서 집안 분위기가 뒤숭숭해진다. 엄마를 불편하게 만드는 아저씨가 못마땅하던 희창이지만, 갑자기 아저씨가 말없이 떠나고 나자 처음으로 인생의 슬픔을 맛본다. 「라면은 멋있다」 어려운 집안 형편을 속이고 연주를 사귀는 민수. 충동적으로 겨울 코트를 생일 선물로 사주겠다고 말하는 바람에 난생처음 ‘알바’를 시작하게 된다. 친구 용우의 도움으로 처음 시작한 편의점 알바는 생각보다 고되지만 선물할 생각에 뿌듯하기만 하다. 드디어 생일이 되어 가불까지 받은 밍수. 하지만 막상 연주는 코트를 못 사게 하는데…….

「힘센 봉숭아」 「라면은 멋있다」의 연작. 연주와 헤어진 민수는 여러 아르바이트를 전전하다 떡볶이집에서 일하게 되는데, 주인아줌마가 자신의 사정을 내세워 알바비를 제대로 주지 않는다. 홧김에 가게를 뛰쳐나오는데, 집에 와보니 식구들은 엄마의 취직을 축하하며 삼겹실 파티를 벌이는 중이다. 하지만 비정규직 근로자들의 파업을 보면서 엄마는 차츰 생각이 달라지고, 민수는 친구 용우와 함께 알바비를 받으러 떡볶이집을 찾아가는데…….

「울 엄마 딸」 스무 살도 되기 전에 승애를 낳은 엄마는 IMF 때 아빠가 사업을 실패하는 바람에 위장이혼을 하는 등 도통 인생이 잘 풀리지 않는다. 그래서 술주정을 부리기 일쑤인 엄마를 원망하던 승애는 어느 날 밤 홧김에 뛰쳐나가 남자친구 용건을 만났다가 덜컥 임신하고 만다. 겁에 질려 용건과 함께 도망친 승애는 엄마처럼 살아갈지 고민에 빠진다. 「보리밭의 여우」 한창 모내기로 일손이 달리는 봄날의 어느 시골. 몰래 학교를 빠진 창석이는 산길에서 여우에 홀리고, 간첩 같은 아저씨를 만난다. 하지만 식구들을 비롯해 주변 사람들은 ‘확실치 않은 것은 말하지 말라.’며 입단속을 시킨다.

모든 것이 석연찮은 1970년대 우리 시골의 풍경. 중견 소설가 공선옥이 들려주는 우리 청소년들의 이야기 공선옥 작가가 처음 청소년소설을 쓴 것은 2005년 10월, 인터넷 사이트 ‘문장 글teen!’ (http://teen. munjang.or.kr/)이었다. 이후 『창비어린이』, 『청소년문학』 등의 지면에 꾸준히 청소년소설을 발표해왔는데, 어려운 처지에 놓인 사람들에게서 늘 시선을 떼지 못하던 작가의 성향을 생각한다면 이는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열린 마음으로 세상을 받아들이고 자신을 표현하는 데만 몰두해도 부족할 청소년 시기에 어른들이 만들어놓은 각종 규제와 입시의 덫에 갇혀 괴로워하는 우리 청소년들의 모습은 작가가 펜을 들게 하기에 충분했다. 문단에서 활발히 활동하는 성인작가로서 청소년소설집을 낸 것은 무척 드문 사례인데, 공선옥 작가는 다음에는 청소년 독자들을 위한 장편소설을 쓰고 싶다고 포부를 밝힌 바 있다. 명랑하고 씩씩한 10대들을 위한 청소년소설 『나는 죽지 않겠다』는 화려한 도시의 소비문화를 쫓느라 ‘생활’은 잊어버리고 사는 청소년들에게 강력 추천하는 소설집이다. 「나는 죽지 않겠다」의 여고생과 「라면은 멋있다」, 「힘센 봉숭아」의 주인공 민수는 아무리 열심히 일해도 가난의 굴레에서 헤어나지 못하는 가족들의 모습에 절망하지만 그래도 ‘죽지 않겠다’고, ‘봉숭아를 닮아 넘어져도 기를 쓰고 살아나리라’고 다짐한다. 「울 엄마 딸」의 승애는 자신을 구속하려 드는 엄마처럼 살지 않겠다고 다짐하지만, 엄마와 같은 처지에 놓이면서 비로소 엄마를 이해하고 사랑하는 마음을 깨닫는다. 또한 공선옥의 청소년소설은 다양한 사회적 문제들도 환기시키는데, 「힘센 봉숭아」에서 드러난 파견 근로와 비정규직 문제는 우리 사회가 당면한 주요한 이슈라 할 수 있다. 이처럼 공선옥의 청소년소설에는 남루하지만 진솔하게 살아가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이웃과 청소년들의 모습이 담겨 있다. 박완서 선생의 추천사처럼, 작가의 ‘편견 없는 인간성을 귀하게 여기는 마음’이 가슴 찡한 울림을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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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이 노래한다
Book 20 · Aug 2009 ·
4.6
청춘의 한순간을 응시하는 순정한 시선

상처받은 세 마음을 어루만지는 바람의 노래

『완득이』『위저드 베이커리』 등 화제의 베스트셀러를 잇달아 내놓으며, 끊임없이 우리 청소년문학계에 한 걸음 앞선 화두를 던져온 ‘창비청소년문학’이 20권 출간을 맞이했다. 역량 있는 신인 작가 발굴과 청소년 눈높이에 맞춘 의미 있는 작품 소개에 노력을 기울여온 ‘창비청소년문학’은 또 하나의 기대작 『바람이 노래한다』(권하은 장편소설)를 스무 번째 권으로 출간하면서 앞으로도 꾸준히 청소년들과 함께 호흡할 수 있는 다양한 작품을 펴내는 데 힘 쏟을 것을 약속드린다.

신인 권하은 작가의 데뷔작인 『바람이 노래한다』는 서로 다른 상처를 안고 거센 운명에 휩싸이는 세 청춘의 사랑을 통해 거스를 수 없는 운명의 본질에 천착하는 고전적인 주제의식이 강렬한 인상을 남기는 작품이다.

줄거리

시골 교회로 부임한 아버지를 따라 이사 온 목사의 딸 명지는, 태어날 때부터 한쪽 팔꿈치 아래가 없는 소주와 친구가 된다. 할아버지와 함께 가난하지만 행복하게 사는 소주는 명지에게 동경과 부끄러움을 동시에 안겨주는 특별한 친구다. 담임선생님의 부탁으로, 폭력을 일삼는 주정뱅이 아버지와 사는 석준을 찾아간 두 소녀는 석준의 상처를 보듬고, 석준은 아버지의 돌연한 죽음으로 소주네 집에서 함께 살게 된다. 시간이 흐르면서 석준과 알 듯 모를 듯 애틋한 마음을 키워나가던 명지는 석준의 유일한 가족이나 다름없는 소주에게 미묘한 질투를 느끼고, 그런 자신에게 실망한다. 각자 앞길이 갈리면서 서로가 조금씩 멀어져가던 어느 날, 세 사람의 어린 시절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는 마을의 바람산이 큰 산불에 휩싸인다. 소주를 구하려다 나무에 깔린 석준은 자신의 죽음을 예감하고 명지에게 서둘러 소주를 데리고 산을 내려가라고 부탁한다. 석준과 마지막 인사를 나눈 명지는 울부짖는 소주를 부축해 불 속을 빠져나간다. 계절은 변하고, 슬픔에 빠진 소주를 위로하며 스스로를 달래던 명지는 홀로 바람산 꼭대기에 올라 석준과의 사랑을 회상하며 세찬 돌풍에 몸을 싣는다.

새로운 시선으로 접근한 십 대의 사랑

『바람이 노래한다』는 그간 톡톡 튀고 발랄한 분위기로 가볍게만, 혹은 사회적 이슈 중심으로 무겁게만 다루어지던 한국 청소년소설 속 정형화된 십 대의 사랑을 전혀 다른 톤으로 접근해 ‘사랑’을 주제로 한 청소년소설의 새로운 가능성을 모색한다. 인간과 사랑의 원형을 깊이 있게 탐구해 들어가는 고전적인 주제의식은 일견 『폭풍의 언덕』『좁은 문』등의 명작들을 떠오르게 한다. 근래 보기 드문 서정성 충만한 정취와, 언저리에서 맴돌지 않고 본질을 파고들려는 진중한 자세가 조화를 이루며 이 작품만의 남다른 저력을 드러낸다. 그리하여 『바람이 노래한다』는 단순한 멜로드라마에 머물지 않고 품격 있는 문학적 성취를 향해 나아감으로써 현재의 십 대는 물론이고, 한때 십 대였던 많은 독자들에게 깊은 울림을 전하는 성숙한 청춘의 서사로 완성되었다.

청소년문학계에 신선한 바람을 불러일으킬 신예 작가의 출현

『바람이 노래한다』로 독자들과 첫 만남을 갖게 된 신예 권하은 작가는 미술을 전공한 미술지(紙) 기자 출신으로, 이제까지 한국 청소년문학계에 등장했던 감성들과는 뚜렷이 구별되는 자기만의 고유한 세계를 선보인다. ‘미술 전공자’라는 이력에서 짐작할 수 있는 섬세한 감각이 화자의 내면묘사에 자연스럽게 녹아 있으며, 감수성 예민한 사춘기 주인공의 눈에 비친 계절마다 다른 미감을 선사하는 아름다운 자연 풍광은 수려한 문장으로 심상을 이룬다. 서사의 완급을 능히 조절하는 장악력, 감정의 과잉을 경계하는 밀도 높은 문장 등 신인답지 않은 원숙함도 돋보인다. 올해 안에 예정되어 있는 차기작 출간 일정은 믿음직한 신예 작가에게 쏟아지는 출판계의 뜨거운 관심을 짐작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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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토록 뜨거운 파랑
Book 25 · Jan 2010 ·
4.0
이토록 뜨거운 우리들의 우정과 사랑만화동아리 ‘파랑’과 함께 울고 웃는 열여섯 청춘들의 가슴 벅찬 성장기

『몽구스 크루』로 한국 청소년문학의 새 장을 열어젖힌 신여랑 작가의 두 번째 장편소설 『이토록 뜨거운 파랑』이 출간되었다. 신여랑은 현재 우리 청소년들의 모습을 누구보다 생생히 포착해낼 뿐 아니라, 청소년소설가 군(群)이 없다시피 한 현실에서 동화나 일반 소설에 눈 돌리지 않고 청소년소설에만 전념해온 흔치 않은 작가이다. 만화동아리를 배경으로 사춘기 시절 질풍노도의 시간을 그려낸 『이토록 뜨거운 파랑』은 ‘지금, 이곳’의 청소년들에게 다시 한 번 뜨거운 공감을 불러일으킬 것이다.

줄거리

미술 영재로 꼽히는 열여섯 살 소녀 지오는 예전에 동생처럼 친하게 지냈던 혜성이 죽었다는 소식을 듣고 절망에 빠진다. 한편 지오와 함께 만화동아리 ‘파랑’을 하는 유리는 약간 철없는 부모 밑에서 말괄량이로 자란 친구다. 신비로운 분위기의 지오를 늘 동경해오던 유리는 어느 새벽, 지오가 보낸 “난 나쁜 아이야.”란 문자를 받은 뒤 더욱 특별한 관심을 갖기 시작한다. 하지만 학교에서 만난 지오는 언제 그런 문자를 보냈냐는 듯 데면데면 군다. 그러던 어느 날, 파랑 친구들과 같이 서울코믹월드에 간 지오와 유리는 구준호라는 불량한 차림의 남자애를 만난다. 자신이 혜성의 친구라며 지오에게 줄 것이 있으니 연락하라는 구준호의 얘기를 들은 뒤 지오는 딴사람이 되어간다. 지오의 변화가 혜성이란 아이와 연관된 문제임을 직감한 유리는 실마리를 쥔 구준호를 직접 찾아갔다가 혜성과 지오 사이에 얽힌 충격적인 사연을 듣게 되는데…….

조건 없는 우정의 아름다움에 대하여

소설은 과거의 기억으로 인해 괴로워하는 지오와, 이러한 지오를 보며 아파하는 유리의 이야기를 두 축으로 진행된다. 자신이 혜성을 죽음으로 내몰았다는 죄책감에 허덕이던 지오는 무의식중에 유리에게 도와달라는 메시지를 보낸다. 유리는 지오의 사연을 알게 된 후 도와주지 못한 자신을 자책하지만, 엄마의 이야기를 통해 친구란 어려울 때 곁에 있어주기만 해도 힘이 되는 존재임을 깨닫고 다시 기운을 낸다. 그리고 이러한 유리와 지오가 현실을 직시하게끔 돕는 것은 혜성의 다른 친구 구준호의 몫이다. “너 지금 지오가 슬퍼하는 걸로 보이냐? 걘 지금 슬픈 게 아니라 무서운 거야.” “지오 니 잘못은 숲에다 혜성이 버리고 온 게 아니라 그다음에 혜성이 생깐 거야. 생까지 않는 거, 그게 진심이라는 거다.”라는 준호의 일침은 뼈아프지만 이들을 다시 일어서게 하는 힘이 된다.

『이토록 뜨거운 파랑』은 청소년기의 심리와 인간관계의 문제를 파고든 작품이지만, 단순하게 보면 ‘우정의 소중함’에 대한 이야기이기도 하다. 지오와 혜성이, 유리와 지오, 그리고 준호와 혜성이는 서로에게 둘도 없이 소중한 존재다. 일상을 함께할 뿐만 아니라 서로를 애틋해하고 때로는 설레기도 하는 이들의 감정은 더 나아가 사랑이라 부르기에 충분하다. “저는 사랑이 우리로 하여금 혹독한 인생의 순간을 견디고, 맞서게 하는 힘이라고 믿습니다. 그려보고 싶었습니다. 그 사랑이 얼마나 힘이 센지, 예쁜지.”라는 작가의 말에서 엿볼 수 있듯, 이들을 바라보는 작가의 시선 역시 애틋하다.

만화동아리 ‘파랑’과 함께 커가는 열여섯 살 소녀들

전작들에서 청소년들과 직접 만나고 발로 뛰면서 취재한 내용을 작품 속에 훌륭히 녹여내어 찬사를 받았던 신여랑 작가는 신작에서도 장기를 유감없이 발휘한다. 요즘 우리 청소년들의 문화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만화와 만화부 활동에 대해 수집하고 취재한 자료를 바탕으로 생생한 이야기를 풀어낸 것. 특히 작품의 증심을 차지하는 유리의 1인칭 서술 부분은 마치 실제 청소년이 써 내려간 것처럼 10대 특유의 말투와 감수성이 살아 있다. 이러한 신여랑 고유의 문체는 열병을 앓듯 사춘기를 보내는 10대들의 이야기가 더욱 실감 나게 읽히는 이유이다.

소설 속 인상적인 장면들을 잡아내 총 8컷의 그림으로 표지와 본문을 장식한 만화가 나예리의 일러스트도 읽는 맛을 더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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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탈이 시작됐다
Book 28 · Mar 2010 ·
5.0
<p> 밤의 망명지로 떠나는 전복의 상상력</p><p>중견 작가 최인석의 첫 청소년소설</p><p> </p><p>영화 「칠수와 만수」 시나리오로 대종상 각색상, 소설집 『내 영혼의 우물』로 대산문학상을 수상한 우리 문단의 중견 작가 최인석이 첫 장편 청소년소설 『약탈이 시작됐다』를 펴냈다. 창비청소년문학의 28번째 권인 이 작품은 우연한 기회에 만난 친구 어머니를 사랑하게 된 고등학생 성준과, 제자와의 사랑을 원조교제로 오해받아 학교에서 쫓겨난 교사 봉석의 이야기를 통해 ‘금기’야말로 사랑의 본질이라는 과감한 화두를 던진다.</p><p> </p><p>줄거리</p><p> </p><p>평범한 고등학생 성준은 담임선생님의 부탁으로 가출한 친구 용태의 집을 찾는다. 그곳에서 용태 어머니를 만난 성준은 묘한 이끌림을 느끼고 그 강렬한 감정에 두려워한다. 그사이 성준의 담임교사 봉석은 자신의 제자이자 성준의 소꿉친구인 윤지와의 사이를 오해받아 학교를 그만두게 된다. 한편 종각에서는 원인을 알 수 없는 약탈이 계속되어 혼란이 깊어지는데…….</p><p> </p><p> </p><p>중견 작가 최인석의 첫 장편 청소년소설</p><p> </p><p>『약탈이 시작됐다』는 소설, 희곡, 시나리오 등 다양한 장르를 넘나들며 발군의 작품들을 발표해온 작가 최인석의 첫 장편 청소년소설이다. 책따세 추천도서 『라일락 피면』(창비청소년문학4)에 실린 단편 「쉰아홉 개의 이빨」에서 청소년문학에 대한 애정을 드러낸 작가는 이 작품을 통해 한층 더 완숙하게 무르익은 자신만의 청소년문학관을 피력한다. 인간의 내면, 자기성찰과 인간소외의 문제에 깊이 몰두해온 작가의 작품세계가 짙게 반영된 이번 작품은 청소년문학계에 등장한 새로운 얼굴로서의 파격과, 연륜 있는 작가로서의 무게감이 조화를 이룬다. 뿐만 아니라 이 작품은 작가가 근 7년 만에 내놓은 신작 장편이기도 해, 청소년 독자와 더불어 일반 독자들에게도 반가운 소식이 될 것이다.</p><p> </p><p> </p><p> 신랄한 풍자와 알레고리로 가득한 이색적인 성장소설</p><p> </p><p>『약탈이 시작됐다』는 성준과 봉석의 사회적으로 인정받지 못하는 사랑과 그에 따른 갈등을 중심축으로 삼는 한편, 작품의 시작과 끝을 관통하며 ‘약탈’이라는 인상적인 장면을 연출하여 꾸준히 독자의 주의를 환기시킨다. 이 과정에서 약탈 지역이 단순히 악으로 그려지는 것이 아니라 선과 악의 세력이 공존하는 대혼란의 세계로 그려지는 것이 무척 흥미롭다. 작품 안에서 구체적으로 ‘종각’을 무대로 하여 밤마다 폭력과 무질서가 난무하는 곳으로 그려지는 약탈 지역은 동시에 현실의 억압이 전복되고 해소되는 장소이기도 하다. 특히 마지막 장면에서 ‘선’과 ‘논리’의 세계에 속해 있던 소년 성준이 선과 악이 뒤엉키고 기존의 논리가 파괴되는 ‘약탈’의 세계로 향하며 성장을 암시하는 결말이 의미심장하다. 이는 근래 한국 청소년문학이 보여온 성장 문법과는 사뭇 다른 독특한 제언으로, 이 작품을 “한바탕 폭풍을 일으킬 전복의 상상력”이라 설명한 문학평론가 원종찬은 ‘역(逆)성장’이라는 도발적인 정의를 내리기도 했다. 이렇듯 성장의 새로운 단면을 파헤친 문제작 『약탈이 시작됐다』는 그러나 ‘사랑과 금기’라는 삶의 근본적인 질문을 다룸으로써, 고전 『데미안』을 떠오르게 하는 묵직한 감동과 여운을 남긴다.</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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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프로드 다이어리
Book 32 · Jul 2010 ·
5.0
우리들만의 질주, 아니 탈주를 꿈꾸며

제4회 창비신인문학상 수상 작가 표명희의 첫 장편소설 『오프로드 다이어리』가 창비청소년문학 서른두 번째 권으로 출간되었다. 빔 벤더스처럼 멋진 영화감독이 되는 것이 꿈인 영화광 빔이 대인기피증 카페에서 알게 된 친구 앨리스를 만나러 오토바이 여행을 떠나는 이 이야기는, 마치 모범생처럼 학교와 집을 오가던 한국 청소년소설들에서 쉽게 맛볼 수 없었던 탁 트인 청량감을 선사한다. 한 편의 로드 무비처럼 흥미진진하게 펼쳐지는 빔의 여정을 따라 달리다 보면 독자들은 어느새 헤매서 아름다운, 넘어져서 더 반짝이는 여행의 묘미를 발견하게 될 것이다.

제4회 창비신인문학상 수상 작가 표명희의 첫 장편소설

『오프로드 다이어리』는 2001년 제4회 창비신인문학상에 소설 「야경」이 당선되어 작품활동을 시작한 작가 표명희의 첫 장편소설이다. 이번 장편소설은 소설집 『3번 출구』, 청소년단편 「널 위해 준비했어」「1번 국도」 등을 발표하며 일반문학과 청소년문학계를 아울러 두루 필력을 뽐내온 작가의 성과가 응축된 작품이다. 『3번 출구』에서 우리 사회 여성들의 삶의 단면을 독특한 리얼리즘적 시각으로 포착했던 작가는 이번 작품에서는 방구석에 틀어박힌 10대 ‘폐인’들의 세계를 전면에 배치함으로써 예의 현실감각을 유지하면서도, 한편으로 ‘학교’와 ‘집’을 벗어난 청춘들의 활기찬 일탈을 그리고 있어 또 다른 매력을 선보인다. 특히 이 작품은 책따세 추천도서인 『라일락 피면』(공저)에 실렸던 단편 「널 위해 준비했어」를 모티프로 해, 여행을 결심한 빔이 갓 시동을 걸며 끝났던 전작(前作) 마지막 장면의 여운을 기억하는 독자들의 기대를 모은다.

진짜 인생을 찾아 길 밖으로 떠난 청춘들의 로드 무비

어둠 속 화면을 응시하며 영화 속으로만 빠져들던 소년 빔과, 세상과의 관계를 회피하며 컴퓨터 속 이상한 나라에 갇혀버린 소녀 앨리스. 간절히 세상 속으로 들어오고 싶던 두 사람이 선택한 것은 역설적이게도 세상 끝까지 달리는 것이다. 정해진 길을 가는 온로드가 정주의 삶이라면 스스로 길을 만들며 질주하는 오프로드 여행은 탈주의 시간들이다.

“남들 다 가는 길, 뭔 재미로 가.”

(중략)

“온로드에서 하는 건 기껏 질주 아니면 폭주 아냐. 하지만 오프로드는 ‘탈주’라고. 근본적으로 달라.”

그에 의하면 오프로드는 스스로 ‘길을 만들어가는’ 여행이었다. (109면)

『오프로드 다이어리』에서 작가는 빔이 여행 중 만난 길동무의 목소리를 빌려 작가 자신이 청소년들에게 전하고 싶은 이야기를 담담히 털어놓는다. 이미 만들어진 길인 ‘온로드’가 아닌 스스로 만들어가야 하는 길 ‘오프로드’를 달리라는 메시지가 시원한 해방감을 전한다. 단순히 목적지에 닿는 것이 여행의 전부가 아님을 환기하는 결말 역시 인상적이다. 문학 평론가 오세란은 ‘탯줄을 끊고 스스로의 길을 찾아야 할 청소년의 과제를 은유에 담’은 작품이라 평하기도 했다.

젊은 세대들의 영상 감각과 속도감으로 재현한 한 편의 영화 같은 작품

영화, 오토바이, 여행. 『오프로드 다이어리』는 청춘의 낭만을 잘 드러낼 수 있는 아이콘들을 적절히 활용하면서도, 등장인물 각자가 품고 있는 어쩔 수 없는 현실 속 슬픔의 깊이를 외면하지 않는다. 가족, 친구, 세상으로부터 단절된 빔과 앨리스의 내면을 차분히 응시하는 작가의 사려 깊은 눈길은 이 작품이 청춘을 한때의 유행이나 헛된 바람으로 소비하고 있지 않음을 확인시켜준다. 또한 작가는 남다른 방식으로 아들에 대한 사랑을 전하는 빔의 어머니, 여행에서 만난 박 경장, 바이크 동호회 사람들, 찬우 할아버지 등의 인물을 통해 자기 안에 갇혀 있던 빔이 주위 사람들을 돌아볼 줄 알고, 관계 맺음 안에서 성장할 수 있는 사람으로 변화하는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갈수록 인간관계의 단절과 파편화를 겪는 청소년 문제에 나름의 해답을 제시한다. 영상매체에 친숙한 10대들에게 부담 없이 다가서는 감각적인 문장과 영화 같은 장면 전개 또한 청소년소설에 대한 작가의 진지한 고민을 증명한다. 소설 속에서 빔이 감명 깊게 본 영화 「모터사이클 다이어리」에 나오는 “난 더 이상 이전의 내가 아니다.”라는 체 게바라의 대사는 여행을 마친 빔에게도, 이 책을 읽은 독자들에게도 유효하다.

줄거리

빔 벤더스처럼 멋진 로드 무비 감독이 되는 것이 꿈인 영화광 빔은 대인기피증 있는 사람들의 인터넷 카페 ‘세상 속으로’ 회원이다. 어느 날 엄마는 뜬금없이 고가의 오토바이 할리데이비슨을 사 오고, ‘은둔형외톨이’ 빔은 봄바람과 알 수 없는 할리의 매력에 이끌려 카페 친구 앨리스를 만나러 무작정 오토바이 여행을 떠난다. 혼자 떠난 길 위에서 빔은 여러 사람들과 사건들을 만나고, 할리가 자신을 세상 속으로 이끌어내기 위한 엄마의 선물임을 깨닫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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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단의 집
Book 34 · Jan 2017 ·
5.0
벽도, 바닥도 없이 미로 같은 계단으로 가득한 공간

살아서 이곳을 탈출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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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눈을 뗄 수 없는 서스펜스. 섬뜩한 사건에서 서서히 모습을 드러내는

반행동주의 메시지가 독자를 사로잡는다. 커커스 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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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0년부터 30여 편이 넘는 작품을 발표하며 왕성히 활동해온 미국의 SF 작가 윌리엄 슬레이터의 장편소설이 ‘창비청소년문학’ 시리즈의 34권으로 국내에 처음 소개된다. 어느 날 갑자기 정체불명의 집에 다섯 명의 10대가 끌려오면서 시작되는 『계단의 집』(The house of stairs)은 폐쇄 공간에 갇힌 인물들 사이의 긴장감을 높여가다가, 결말에 이르러 숨겨진 음모를 폭로하는 구성으로 강한 충격을 남긴다. 특히 이 작품은 중심소재인 조건반사 실험을 통해, 지배계급의 이데올로기를 주입하는 교육의 일면을 비판하고 나아가 사회 구성원들을 통제하는 도구로써의 사회제도를 암시해 더욱 인상적이다. 1970년대에 출간된 소설이지만, 욕구 충족을 위해 비윤리적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조건반사화 되어가는 인간의 모습을 고발한다는 점에서 현재에도 여전히 유효한 고민거리를 제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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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거리

멀지 않은 미래, 열여섯 살에 고아라는 공통점이 있는 다섯 명의 아이가 정체를 알 수 없는 집으로 끌려온다. 소심한 피터, 거침없는 롤라, 탐욕스러운 블라썸, 의존적인 애비게일, 자기중심적인 올리버. 오직 끝없이 복잡하게 꼬인 계단뿐인 집에 영문도 모른 채 갇힌 아이들은 어떻게든 이곳에서 살아남아야 한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불빛이 반짝이는 반구(半球)형의 기계 앞에 모이게 된 다섯 아이는 자신들이 특정한 행동을 하면 기계에서 음식이 나온다는 원리를 눈치 챈다. 기계의 신호에 따라 아이들은 동작을 되풀이하고, 기계는 어느 순간에 이르면 음식 공급을 멈추고 새로운 동작을 유도한다. 아이들이 차차 기계의 의도에 길들여져가던 어느 날, 기계는 갑자기 이전과 전혀 다른 방식으로 음식 공급을 중단한다. 먹을 수 없다는 공포에 사로잡힌 아이들은 서로 헐뜯으며 다툼을 벌이는데, 그러자 기계에서는 다시 음식이 나오기 시작한다. 기계가 그들이 서로 갈등하기를 원한다는 무서운 진실을 깨달은 롤라는 힘을 모아 기계에 저항하자고 아이들을 설득해보지만, 피터만이 롤라를 따라 높은 층으로 몸을 피한다. 음식을 얻기 위해 서로 공격하는 데 혈안이 된 나머지 세 아이는, 기계에 맞서 음식을 거부하다가 극도로 허약해진 롤라와 피터를 공격하기에 이른다. 허기와 아이들의 괴롭힘으로 롤라와 피터가 궁지에 몰린 순간, 마침내 그들을 이곳으로 데려다 놓았던 승강기가 다시 모습을 드러내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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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도서관협회 선정 ‘최고의 청소년도서’에 빛나는 윌리엄 슬레이터의 대표작

SF나 판타지적인 아이디어를 도입하여 특수한 상황에 처한 10대 주인공들이 그것을 헤쳐나가는 과정을 그린 작품세계를 선보여온 윌리엄 슬레이터는, 특유의 건조한 서술과 인간 본성에 대한 날카로운 통찰력으로 널리 주목을 받아왔다. 『계단의 집』은 그의 작품세계 가운데서도 사회비판적인 주제의식이 돋보이는 문제작으로 출간 첫 해, 미국도서관협회에서 선정한 ‘최고의 청소년도서’로 뽑혔으며 2000년에도 같은 기관에서 지난 40여 년간 나온 책 중 엄선한 ‘청소년을 위한 추천도서 100편’에 이름을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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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특한 장르적 상상력과 심리학을 바탕으로 한 탄탄한 설정

에셔(M. C. Escher)의 그림 「계단의 집」에서 영감을 받은 기묘한 배경이 인상적인 『계단의 집』은 벽도, 바닥도 없이 계단으로 가득한 공간에서 펼쳐지는 숨 막히는 생존 게임으로 시작부터 독자의 눈길을 사로잡는다. 폐쇄된 공간에 영문도 모른 채 갇혀버린 다섯 명의 인물이 살아남기 위해 서로를 적으로 돌려야 하는 상황은 호기심을 자극하며, 결말에 이르러 밝혀지는 음모 역시 끝까지 긴장감을 늦출 수 없게 한다. 조건반사의 노예가 된 아이들의 모습을 비추는 마지막 장면은 역설적이게도 우스꽝스러움과 슬픔이 동시에 느껴진다. 『계단의 집』은 뛰어난 장르적 상상력으로 독자들에게 발군의 읽는 재미를 선사하지만, 이 작품의 성과는 결코 오락적인 차원에 머무르지 않는다. 이 작품에서 장르적 설정은 단순히 흥미를 끌기 위한 도구로 소비되지 않고, 행동주의 심리학 이론과 결합하여 극한 상황에서 드러나는 인간 내면의 본질을 파헤칠 수 있는 주요한 무대를 제공한다. 인간을 대상으로 한 실험이라는 설정 자체는 기존의 소설이나 영화, 만화 등에서 익숙한 것이라 할지라도 이 작품을 다시 한 번 주목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멋진 신세계』 『동물농장』 『1984』의 계보를 잇는 사회비판적 SF

스키너(B. F. Skinner)의 조건반사 실험을 주된 소재로 삼고 있는 『계단의 집』은 이야기 구성은 복잡하지 않으나, 다양한 층위로 해석이 가능하다. 비인간적인 과학 실험의 희생자가 등장하는 소설은 일차적으로 과학 기술의 무분별한 발전을 비판하는 텍스트로 읽히기 쉽지만, 이 작품은 특별히 행동주의 심리학의 대표적 논거인 조건반사 실험을 도입하여 더 풍부한 생각거리를 남긴다. 슬레이터는 모든 동물은 긍정적인 결과를 만들어낸 행동을 반복하려는 경향이 있다는 조건반사 실험의 논리를 통해, 적절한 보상을 제공함으로써 지배계급의 이데올로기를 학생에게 주입하는 교육의 일면을 강하게 비판한다. 이는 같은 방식으로 구성원들을 사회화하고 길들이는 사회제도들에 대한 비유이기도 하며, 더 나아가 경쟁이야말로 ‘파이’를 늘릴 수 있는 가장 효율적인 방법임을 강조하는 신자유주의에 대한 경고이다. 슬레이터는 끝까지 체제에 저항해낸 롤라와 피터라는 인물을 통해, 생존을 담보로 경쟁을 강요하는 현대사회에 만연한 비윤리적인 가치관을 단호히 거부할 것을 독자들에게 요청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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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이름은 망고
Book 36 · May 2011 ·
5.0
제5회 창비청소년문학상 수상작

언젠가는 부모와 이별해야 하는 모든 이를 위한 성장소설

『완득이』부터 『위저드 베이커리』, 『싱커』, 『내 이름은 망고』에 이르기까지 매회 주목받는 작품들을 출간하며 우리 청소년문학계에 새로운 화두를 던져 온 창비청소년문학상의 다섯 번째 수상작이 출간되었다. 김이윤 작가의 장편소설 『두려움에게 인사하는 법』은 상실의 경험을 통해 더욱 단단하게 성장하는 여고생 여여의 이야기로, 담담하면서도 당차게 시련을 이겨 내는 여여의 모습이 인상적으로 그려진다.

『두려움에게 인사하는 법』은 문학의 가장 큰 역할은 역시 ‘감동의 전달’이라는 초심을 환기시켰다. 엄마와 단둘이 살아온 주인공 여여에게 엄마의 암 선고는 지독한 슬픔이고 불행이지만, 엄마의 투병 시간은 여여에게 스스로를 돌보며 엄마와 헤어질 준비를 하는 독립의 시간이 되어 준다. 천애 고아가 되는 주인공이지만, 누구보다 당당하게 자신과 세상을 이해하는 속 여문 인물로 성장한다. 다채로운 기법이나 화려한 문장을 구사하지 않는 소박한 작품임에도 작은 결들이 모여 자아내는 울림이 둔중했다. 매우 건조한 문투는 화자의 캐릭터를 선명하게 부조해 냈으며, 통속적으로 흐를 수 있는 소재를 견뎌 내는 작가의 시선이 깊고 때로 신선했다. 이 작품은 언젠가는 부모와 헤어질 수밖에 없는 세상의 모든 자식들에게 내미는 위로의 손길이다.

전성태 황선미 오세란 박숙경(심사위원)

상실의 경험을 담담하게 그려 낸 성장소설

청소년기에 누구나 겪는 성장통 중 하나가 상실의 경험이다. 가족이나 친구, 선생님 등과 헤어지는 경험을 통해 청소년들은 상처받기도 하지만 결국은 부쩍 자라나게 마련이다. 『두려움에게 인사하는 법』은 주인공 여여에게 닥친 여러 가지 상실의 상황을 보여 준다. 불치병에 걸린 엄마, 딸의 존재조차 모르는 아빠, 남자 친구와의 이별 등 열여덟 살 여여에게는 녹록한 일이 하나도 없다. 김이윤 작가는 이처럼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하루하루 꿋꿋이 살아내는 여여의 모습을 차분히 그려 냄으로써, 힘든 순간 또한 지나고 나면 아름다운 삶의 흔적으로 남는다는 메시지를 전한다. 작중에서 여여는 청소년 경제 캠프를 통해 아빠인 서 이사를 처음으로 만난다. 서 이사는 강의에서 “인생은 외발자전거 타기와 같다.”며 앞으로도 뒤로도 갈 수 있는 외발자전거처럼 실패와 후퇴도 삶의 일부라고 말한다. 여여는 아빠의 말을 되새기며 외발자전거 타는 법을 익히는데, 아무리 힘들어도 자기 자신을 놓지 않겠다고 다짐하는 여여의 모습에서 밝은 미래가 엿보인다.

무거운 소재를 이겨 내는 주인공의 건강한 활력

『두려움에게 인사하는 법』에서 무엇보다 인상적인 것은 주인공 여여의 캐릭터이다. 차분하면서도 강인한 여여의 캐릭터는 주인공이 처한 위기 상황과 맞물려 더욱 빛을 발한다. 목이 메는 깊은 슬픔 속에서도 “나는 반짝이기 위해 혼자 서 있는 거야.”라고 말하는 여여의 긍정적인 태도는 소재의 무거움을 효과적으로 버텨 낸다. 여여는 곧 엄마를 떠나보내야 하는 상황에서도 목 놓아 울거나 하늘을 원망하지 않고 묵묵히 자기 생활을 꾸려 나간다. 엄마는 시골집으로 요양 가고 혼자 남은 집에서 여여는 학교생활을 열심히 하는 것은 물론 드럼 강습도 받고 좋아하는 선배와 데이트도 하면서 홀로 설 날을 차근차근 준비한다. 이별의 아픔을 삼키며 스스로를 더욱 사랑하게 되는 여여의 건강한 활력 덕에 자칫 통속적으로 읽힐 수 있는 주제가 신선한 감각으로 다가온다.

언젠가는 부모와 이별해야 하는 모든 이에게 내미는 위로의 손길

세상의 모든 자식은 부모와 이별할 수밖에 없기에, 여여와 엄마의 이별은 모든 이가 공감할 수 있는 아픔이다. 창비청소년문학상 심사위원들은 이 작품을 읽고 ‘내가 세상을 떠나도 내 아이도 여여처럼 잘 살아갈 수 있겠구나.’ 하는 생각에 불안을 다독일 수 있었다며, 부모의 그늘 아래 있는 자식이건, 자식을 보듬고 있는 부모이건 이 책을 통해 묵직한 위안을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작가 김이윤은 이 작품이 겪어 보지 못한 일이 닥쳤을 때 생기는 두려움과 무슨 일이 벌어질까 봐 미리 두려워하는 마음에 대한 이야기라고 말한다. 제목 ‘두려움에게 인사하는 법’은 프랑스 시인 랭보의 시구 “그 일이 지나갔다. 이제 나는 아름다움에게 인사하는 법을 알고 있다.”에서 따온 것이다. 여여가 마주해야 했던 아픔도 다 지나갔다고, 이제 여여는 낯선 두려움에 인사하는 법을 알게 되었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여여의 이야기를 통해 청소년 독자들 역시 앞으로 닥쳐 올 미지의 감정들에 겁먹지 않고 당당히 맞서기를, 저마다 두려움에게 인사하는 법을 배울 수 있기를 바라는 작가의 메시지가 책을 덮은 뒤에도 오래도록 가슴에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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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범기 추락사건
Book 38 · Jul 2011 ·
5.0
방황하는 열여덟, 다섯 가지 성장통!


“지금이 아니면 안 돼!”를 외치며


찬란한 오늘을 사는 우리들의 이야기





정은숙 작가의 청소년소설집 『정범기 추락 사건』이 ‘창비청소년문학’ 38번째 권으로 출간되었다. 정은숙은 2005년 제4회 푸른문학상 ‘새로운 작가상’을 수상하며 등단한 이후 『봉봉 초콜릿의 비밀』 등 네 권의 동화책을 출간하며 주목을 받아왔다. 『정범기 추락 사건』은 지난 4년간 써온 연작소설 형식의 단편 5편을 묶은 것으로, 작가의 첫 청소년소설집이다. 「좀도둑과 목격자」, 「지금 아니면 못 할 일」, 「못 먹어도 go!」, 「울지 않는 이유」, 「정범기 추락 사건」 등 개성 뚜렷한 다섯 작품이 다양한 온도의 재미와 감동을 전한다.







청소년소설의 새로운 ‘모델’을 제시한다





입시를 향한 무한경쟁에 내던져져 있지만, 우리 청소년들의 고민거리가 다만 성적뿐인 것은 아니다. 『정범기 추락 사건』의 단편 속 주인공들은 모두 영원고등학교 2학년 학생들로, 각기 다른 성장통을 앓으며 치열하게 하루하루를 살아낸다. 작가는 표면적으로 잔잔해 보이는 아이들의 일상의 뒤편에서 벌어지고 있는 성희롱, 체벌, 도벽, 자퇴와 같은 문제를 드러내면서 아이들이 이러한 장애물들을 건강하게 극복하는 모습을 그려 보인다. 그리고 인위적이고 계몽적인 방식으로 접근하기보다 ‘지금, 여기’를 충분히 누리자는 메시지를 던짐으로써 삶에 대한 긍정적인 에너지를 자극한다. 특히 「지금 아니면 못 할 일」에서 펼쳐지는 지영의 맥도날드 알바 분투기나 「못 먹어도 go!」의 유나와 진욱의 첫 키스 대작전에서는 청소년 특유의 발랄함이 도드라진다. 그리고 표제작 「정범기 추락 사건」에서는 운동부 학생을 주인공으로 내세운 점이 신선하다. 그간 우리 청소년소설이 주로 입시 부담에 시달리는 학생들에 주목하여 모범생 또는 문제아라는 구도로 접근해왔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이러한 새로운 시도는 반갑기만 하다. 또 학교 울타리 안의 이야기뿐만 아니라 학교를 벗어나 스스로의 길을 개척하고자 하는 일진이(「울지 않는 이유」)나 학교 밖을 꿈꾸는 보미(「지금 아니면 못 할 일」)의 이야기를 함께 다룬 점도 주목을 끈다.



정은숙은 냉소와 감상에 빠지지 않으면서 각 단편마다 작지만 분명한 감동의 벨을 울려준다. 허를 찌르는 유머와 독자를 긴장시키는 다채로운 구성 역시 일품이다. 『정범기 추락 사건』은 우리 청소년들의 일상과 고민을 다루는 새로운 청소년소설의 ‘모델’을 제시했다고 평할 만하다.







형식과 내용의 조화로 빚어낸 단단한 스토리





정은숙은 『정범기 추락 사건』에서 어른들이 흔히 ‘날라리’, ‘범생이’, ‘자퇴생’ 등 한마디로 규정하기 일쑤였던 아이들의 감춰진 사정과 뜻밖의 면모를 설득력 있게 그려낸다. 이들의 숨겨진 모습을 알아가는 과정에서 등장하는 엎치락뒤치락하는 추리도 흥미롭다. 특히 도둑질을 하는 기찬과 성희롱을 당하는 지영의 사건이 동시에 벌어지며 긴박감을 더하는 첫 작품 「좀도둑과 목격자」는 초반부터 단숨에 독자를 끌어들인다. 그리고 하나의 사건을 바라보는 서로 다른 다섯 가지의 시선을 제시하는 「정범기 추락 사건」이나 일진이 휴학을 결심하기까지의 과정을 역순으로 보여주는 「울지 않는 이유」는 형식을 통해 ‘보이는 것이 전부가 아니’라는 주제를 전달한다. 이러한 작가의 치밀한 구성 능력은 각기 다른 단편의 주인공이었던 인물들이 배턴 터치를 하듯 다음 작품에 등장해 이야기를 촘촘히 엮어내는 데서도 높이 발휘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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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45, 철원
Book 44 · Feb 2015 ·
0.0
해방 전후 격동의 역사를 생생히 그려 낸 최초의 청소년 소설
1945년 8월15일, 해방은 조선 땅의 모두에게 찾아왔다. 양반네 계집종 경애,공산주의자 도련님 기수, 콧대 높은 양반집 딸 은혜, 경성 출신의 모던 보이 제영, 삼팔선 북쪽 철원의 아이들 앞에 새 세상이 펼쳐진다. 하지만 철원에 처음으로 삐라가 뿌려진 날, 각자의 꿈을 지키기 위한 싸움이 시작된다. 도둑처럼 찾아왔다던 해방의 그날, 이 거리를 거닐던 사람들은 무엇을 꿈꾸었을까.새 조국 건설의 망치 소리가 드높던 그날, 희망의 주춧돌을 놓기 위해 땀 흘리던 사람들은 무엇을 꿈꾸었던 걸까. 저자는 그 꿈을 복원하고 싶었다. 이 땅의 현대사가 시작된 그날의 꿈을 복원해 내고 싶었다. 남에서도 북에서도, 힘을 가진 사람들로 인해 잊혀져 버린 그들의 목소리를 되살려 우리에게 들려 주고자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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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그말리온 아이들
Book 45 · Feb 2015 ·
4.6
비밀로 가득 찬 학교, 아이들의 눈망울에 비친 어른의 그릇된 욕망

제목 ‘피그말리온 아이들’은 ‘타인의 기대나 관심으로 인하여 능률이 오르거나 결과가 좋아지는 현상’을 가리키는 심리학 용어 피그말리온 효과에서 따온 것으로, 이를 주창한 사회심리학자의 이름을 따 로젠탈 효과라고도 한다. 교사의 기대와 격려가 학생의 성적 향상에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 로젠탈 효과의 주요 논지인데,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로젠탈 스쿨의 창립 이념이기도 하다. 그러나 태생이 불우한 아이들을 데려다 건강한 사회구성원으로 길러낸다는 설립 취지와 달리, 마의 취재로 드러나기 시작하는 학교의 실체는 수상하기 짝이 없다. 학생들의 자율 활동과 인터넷 사용을 극도로 제한하는가 하면 정체불명의 알약을 단체로 복용시키기도 한다. 졸업생들의 행적도 묘연한데, 그나마 간신히 연락이 닿은 이들은 게임이나 도박 등에 중독 증세를 보인다. 그중 한 명의 입을 통해 로젠탈 스쿨이 교육을 빙자해 앵벌이 키우기에 가까운 짓을 벌여왔다는 충격적인 진실이 밝혀진다. “너희 부모처럼 쓰레기같이 살래? 아니면 정직하게 벌어먹는 일꾼이 될래?”라고 아이들을 몰아붙이던 로젠탈 스쿨의 교장과 교사들은 실은 사회에서 버려진 아이들을 격리하여 다른 선량한 구성원들을 보호해야 한다는 그릇된 신념에 사로잡혀 있었던 것. 학생을 위하고 사회를 위한다는 명분으로 아이들에게 자신의 욕망을 투사하는 로젠탈 스쿨은 우리 사회의 일그러진 교육 현실에 대한 우화이다.

우리 청소년문학의 새로운 이정표

『피그말리온 아이들』은 첫 장부터 강렬한 사건으로 시작해 독자로 하여금 숨죽이며 페이지를 넘기게 만든다. 손에 땀을 쥐게 하는 추격전과 추리 기법을 도입한 이번 작품은 미스터리, 판타지, 호러를 절묘하게 조화시켰던 데뷔작만큼이나 인상적이다. 또한 『피그말리온 아이들』은 작품 속에 숨겨진 여러 가지 비유와 상징을 찾아내는 재미도 쏠쏠한데, 예를 들어 로젠탈 스쿨에서 키우는 사냥개 두 마리의 이름이 ‘플라세보 효과’에서 따온 듯한 플라와 세보라는 식이다. 그리고 마의 서술을 통해 언급되는 조지 버나드 쇼의 희곡 「피그말리온」이나 영화 「티파니에서 아침을」은 같은 심리이론을 소재로 하면서도 전혀 다른 이야기결을 보이므로, 이들 작품과 소설을 비교해 보는 것도 색다른 재미를 제공할 것이다. 청소년소설에서 청소년이 아닌 어른의 시선, 그것도 냉철한 다큐멘터리 PD의 입장에서 특수학교 문제를 파헤치는 것 역시 색다른 설정이다.

『피그말리온 아이들』의 캐릭터들은 기존의 작품에서 볼 수 없었던 인물이 대부분이다. 기자에게 뇌물을 먹이고, ‘타협이라면 둘째가라면 서러울’ 이기적인 어른이었던 주인공 마가 아이들을 만나면서 차츰 변해가는 모습은 그 자체로 눈길을 끈다. 또한 위험을 무릅쓰고 위기에 처한 마를 돕는 은휘와 혼모 등 로젠탈 스쿨 아이들의 순수한 모습은 쉬이 바뀌지 않는 절망적인 현실 앞에서 그래도 희망을 이야기할 수 있는 이유이다. 베스트셀러 『위저드 베이커리』의 작가 구병모 신작 『위저드 베이커리』는 2009년 출간된 이래 지금까지 25만 부 이상 팔려나가며 청소년소설로서는 보기 드문 베스트셀러로 자리 잡았다. 구병모 작가는 이후 장편 『아가미』, 소설집 『고의는 아니지만』 등을 통해 작품세계의 외연을 넓혀왔다.

『피그말리온 아이들』은 작가의 세 번째 청소년소설로, 현대 사회에서 떠받드는 ‘긍정의 힘’이라는 환상을 정면에서 깨부수는 작품이다. 무엇보다 이러한 ‘긍정의 힘’이 기성세대에 의해 일방적으로 전달될 때 어떻게 왜곡되는지를 적나라하게 폭로하고 그 위험성을 경고한다. 표면적으로 드러나는 학교 폭력이나 입시 문제를 지적하는 데 그치지 않고 좀 더 근원적인 구조를 직시하는 독특한 문제의식은 구병모 작가이기에 가능할 것이다. 우리 청소년문학계의 흑진주와도 같은 작가 구병모의 앞으로의 행보가 더욱 기대되는 까닭이다.


▶ 줄거리

프리랜서 다큐멘터리 피디인 ‘마’는 설립 이래 한 번도 언론에 노출된 적 없는 로젠탈 스쿨을 취재하기로 결심한다. 대학 동창인 기자 ‘박’의 도움을 받아 학교 이사장의 허락을 얻어낸 마는 촬영감독 ‘곽’과 함께 로젠탈 스쿨이 자리한 낙인도로 들어간다. 로젠탈 스쿨이 공개되는 것을 처음부터 반대했던 교장은 촬영 기간 동안 휴대폰 사용을 금하고 촬영 장소나 인터뷰 대상도 제한하는 등 제동을 걸고, 비서 일을 하던 학생 은휘에게 이들을 감시하게끔 한다. 로젠탈 스쿨은 범죄자를 부모로 두거나 고아인 아이들을 데려다 직업 훈련을 전문적으로 시키는 학교로, 인터뷰에 응한 학생들은 이구동성으로 이 학교 덕에 자신이 사람이 됐다며 찬사를 쏟아내지만 마는 획일적이고 억눌린 학교 분위기를 감지하고 의심을 품는다. 그러던 중 우발적으로 발생한 학생들 간의 폭력 장면을 몰래 촬영한 곽이 학교 지하실에 갇히고, 마는 그간 취재한 내용을 모두 압수하려는 교장과 교사들을 피해 달아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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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란 아이
Book 50 · May 2013 ·
5.0
‘진짜’ 청소년소설이란 이런 것이다!


창비청소년문학 시리즈는 올해 50권이라는 중요한 지점을 통과하게 됩니다. 이에 다시 초심을 새기고 앞으로 나아갈 길을 모색하는 창작 단편집을 기획했습니다. 이번에 모인 작품은 결코 만만하고 소소한 이야기가 아닙니다. 중학생에게 ‘적절한’ 이야기인 줄 알고 이 책을 펴 든 독자가 있다면 깜짝 놀랄 것입니다. 무대는 중학교 교실부터 미래의 우주 공간까지 넘나들고, 사람뿐 아니라 동물이 주인공으로 등장하는가 하면, 주제는 인생 그 자체의 핵심으로까지 파고들어 갑니다. 예상보다 훨씬 담대하고 깊은 이야기들이 모였습니다. ― 박숙경, 「해설」 중에서




청소년이 가장 사랑하는 창비청소년문학, 드디어 50권 출간 !


『완득이』 『위저드 베이커리』 등 화제의 베스트셀러를 배출하며 청소년문학의 저변을 넓혀 온 ‘창비청소년문학’ 시리즈가 어느덧 50권을 맞았다. 역량 있는 작가의 발굴과 작품성 높은 작품 소개에 노력을 기울이며 우리 청소년문학계에 새로운 바람을 불어넣었던 창비청소년문학은, 대표 작가 7인의 신작 단편을 묶은 50권 기념 소설집 『파란 아이』를 또 하나의 기대작으로 선보인다. 김려령, 공선옥, 구병모 등 창비청소년문학 시리즈를 대표하는 7인의 작가가 SF, 판타지, 의인소설 등 여러 갈래로 펼쳐 보이는 깊고도 다채로운 세계는 우리 시대 청소년들에게 꼭 필요한 문학이 무엇인지를 되새기는 계기가 될 것이다.




청소년문학의 ‘진짜’ 주인공 14~16세를 위한 소설집


아이와 어른의 경계에서 갈등하고, 몸과 마음의 급격한 변화에 혼란을 겪는 청소년의 삶이란 과연 어떤 것일까? 이 책은 청소년문학의 진짜 주인공이라 할 수 있는 ‘중학생’을 위한 소설집으로 기획되었다. 이는 지난 몇 년간 질적으로나 양적으로 성장을 거듭해 왔으나 고등학생 위주로 쏠리는 경향이 있던 우리 청소년문학에 대한 자성이기도 하다.


청소년문학을 더욱 필요로 하고 많이 찾아 읽는 14~16세를 위한 소설이 필요하다는 취지에서 마련된 이 소설집은 결과적으로 다양한 장르를 아우르는 동시에 문학적 깊이까지 담보하면서 ‘50권 기념’이라는 타이틀에 걸맞은 빼어난 작품집으로 완성되었다.




내 마음을 알아주는 청소년문학을 만난다 !


김려령, 구병모, 배명훈, 공선옥, 전성태, 이현, 최나미 등 그 이름만으로도 기대를 불러일으키는 일곱 작가들은 사춘기 소년 소녀의 고유한 정서를 문학의 진한 향기로 전한다. 표제작 김려령의 「파란 아이」는 죽은 누나의 그림자 속에서 살고 있는 열네 살 소년의 사연과 소년들의 우정을 애틋하게 그리는 동시에 독자들을 놀라게 할 반전을 선보인다. 공선옥의 「아무도 모르게」는 엄마를 따라 대책 없이 고향을 떠나야 했던 지난날을 회상하며 이제 외로움만큼 아름다움이 무엇인지 알게 되었다고 고백하는 열다섯 살 소년의 이야기이다.


작가 특유의 구수한 문체로 풀어낸 소년의 독백이 잔잔한 감동을 전한다. 한편 80년대 중학교의 졸업 풍경을 담은 전성태의 「졸업」은 이뤄지지 못한 첫사랑의 풋풋함, 그리고 익숙하고 정든 것과의 결별을 통해 성장의 의미를 생각하게 하는 단편이다. 최나미의 「덩어리」는 이제 막 청소년이라는 이름을 얻은 중1 소녀들의 무리 짓기 심리를 핍진하게 묘사해, 우정과 또래 압력에 대해 생각해 볼 시사점을 남긴다. 탄탄한 문학성을 바탕으로 한 이 소설들은 어느 세대의 누구와도 교감할 수 있는, ‘좋은 문학’만이 가진 힘을 다시 한 번 증명해 내고 있다.



7인의 대표 작가가 선보이는 청소년문학의 일곱 가지 스펙트럼


색깔이 다른 7인의 작가가 모인 만큼 좀 더 특색 있고 개성 넘치는 이야기도 펼쳐진다. 「성냥팔이 소녀」를 모티브로 삼은 구병모의 잔혹 동화 「화갑소녀전」은 냉엄한 ‘구병모식’ 세계관을 펼쳐 보이며, 사춘기 청소년의 성장과 독립심의 문제를 길고양이의 삶에 빗댄 소설(이현 「고양이의 날」)과 미래의 우주 공간을 배경으로 보이지 않는 ‘구분선’에 집착하는 어른들의 세계를 유쾌하게 비튼 SF(배명훈 「푸른파 피망」) 등이 개성을 더한다.


십 대 아이들의 일상적 고민 풀기를 넘어 새롭고 비범한 이야기를 선보인 이 단편들은, 우리 청소년문학이 이제 ‘청소년’이라는 이름만큼이나 ‘문학’의 깊이에 대해서도 치열하게 고민해야 한다는 사실을 일깨우는 좋은 자극제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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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여름의 서울 : 이현 장편소설: 창비청소년문학 51
Book 51 · Jun 2013 ·
0.0
‘창비청소년문학’ 시리즈 51권으로 본격 역사 소설 『그 여름의 서울』이 출간되었다. 지난해 발표한 『1945, 철원』에서 해방 직후의 격동기를 생생하게 그려 낸 작가 이현이 이번에는 동족상잔이 벌어진 비극의 현장 한국 전쟁으로 시선을 옮겼다. 『그 여름의 서울』은 한국 전쟁 발발 직후 인민군에게 점령당한 서울을 배경으로 운명을 개척하기 위해 애쓰는 청소년들의 이야기이다. 친일 경력이 있는 판사의 아들 황은국, 한때 혁명가였으나 결국 조국을 배신하고 세상을 떠난 변절자의 딸 고봉아. 두 주인공을 축으로 다양한 인물들이 등장하여 사건이 전개되며, 가혹한 전쟁의 와중에도 나름의 일상을 영위했던 서울의 풍경과 그 속에서 벌어지던 첨예한 이념 대립이 생생하게 묘사된다. 거친 운명의 파도에 자신을 내맡기는 사람, 굳게 지켜 온 신념이 흔들리자 고뇌하는 사람, 절망적인 상황에서도 자신이 진정 원하는 꿈을 찾아가려는 사람들의 이야기는 60년의 세월을 건너 때로는 뜨겁게, 때로는 절절하게 마음을 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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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 지금 어디 가?
Book 54 · Oct 2013 ·
5.0
싸움꾼 · 사기꾼 · 마마보이……


지금 ‘삽질’하는 청춘들이 몰려온다!



학교 텃밭을 가꾸며 자신과 타인을 이해하는 법을 배워 나가는 청소년들의 좌충우돌 성장기 『너 지금 어디 가?』가 ‘창비청소년문학’ 시리즈 54권으로 출간되었다. 이 책은 중등 교육 현장에서 추천도서로 꼽히며 꾸준히 읽혀 온 『봄비 내리는 날』의 김한수 작가가 처음으로 선보이는 청소년소설이다. 창비 문학 블로그 ‘창문’에 인기리에 연재되었던 원고를 추가로 수정하고 보완하여 문학적 완성도와 재미를 높였다. 아무에게도 환영받지 못했던 소위 ‘문제아’ 주인공들이 텃밭을 가꾸며 변화하는 모습이 계절에 따른 작물의 성장과 맞물려 조화롭게 그려지면서 독자들에게도 풋풋한 생명력과 희망의 메시지를 전한다. 특히 그동안 직접 흙을 밟으며 아이들과 밭에서 만나 온 김한수 작가는 요즘 10대들의 일상과 학교생활을 꾸밈없이 유쾌하게 묘사하면서도 과열된 입시경쟁과 물질만능주의를 돌파할 대안은 없는가 하는 묵직한 주제의식을 진정성 있게 풀어 놓는다. 그간 청소년문학에서 보기 드물었던 본격 생태주의 소설을 표방한 이 책은 우리가 충분히 꿈꾸고 시도해 볼 만한 새로운 학교, 새로운 미래에 대한 청사진을 그려 보이며 청소년과 성인 모두에게 의미 있는 독서 경험을 선사할 것이다.




출구 없는 경쟁 속에 상처 입은 청소년들에게 건네는 희망의 메시지



‘스펙 쌓기’에 매달리며 하루도 공부 없는 날을 상상할 수 없는 왕따 모범생 지욱이, 평소에는 과묵하나 한번 폭발했다 하면 무시무시하게 돌변하는 학교 짱 정태, 돈으로 아이들의 환심을 사지만 말 못 할 비밀을 간직한 뚱보 대풍이, 씨억씨억한 성격에 댄서가 꿈인 숙인이, 혼자서는 밥도 먹지 못하는 마마보이 민석이. 이 책에 등장하는 중학교 2학년 학생들은 모두 세상이 정해 놓은 성적, 부(富), 가정환경과 같은 기준에서 보면 낙제점을 받을 아이들이다. 그 탓에 주눅 들어 있고, 때로는 두려움과 억울함을 엄청난 분노로 표출하기도 한다. 특히 주인공 건호는 하고 싶은 것도 잘하는 것도 없는 자신의 미래를 막막해하며 “눈치만 보다가 결국 별 볼 일 없는 어른으로 살게 될지도 모른다.”라면서 “한심하게 태어난 내가 싫어서 방문을 걸어 잠그고 운 적도 있다.”고 고백한다(124면). 이러한 건호의 고민은 어른들이 으레 기대하는 아이다운 패기나 순수함과는 거리가 멀지만, 현실 속 10대들의 모습과는 너무도 닮아 있기에 독자의 가슴을 저리게 한다.



그러나 이 책이 이들의 한숨과 체념만을 담은 것은 아니다. 실제 텃밭에서 만난 청소년들로부터 창작의 영감을 얻었다는 김한수 작가는 시종일관 소설 속 주인공들을 따뜻한 시선으로 바라보며 상처를 보듬는다. 그리고 텃밭 일구기와 같은 생태주의 노작 교육이 답답한 현실을 헤쳐 나갈 하나의 대안이 될 수 있음을 증명해 보인다. 한동안 교육 담론과 청소년문학이 왕따, 욕설, 중2병, 무기력증, 성적지상주의 등 현상에 대한 진단과 묘사에 치중해 왔다면 이 책은 대안과 희망을 노래한다는 점에서 새로운 학교를 꿈꾸는 교사와 학부모에게 긍정의 신호를 켜 보인다. 출구 없는 경쟁 속에 상처 입은 우리 시대 청소년들에게 용기와 위로를 건네주기에 충분하다.




“싸움은 정태가 짱이지만, 낫질은 내가 짱이다!”


별난 방황을 시작하는 청춘들을 응원하라



주인공 건호를 비롯해 반항과 방황을 일삼던 학생들은 텃밭 동아리를 통해 점점 변화하는 모습을 보인다. 그러나 이때의 변화란 결코 말 잘 듣는 고분고분한 아이 혹은 공부 잘하는 모범생이 되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오히려 이 책은 아이들이 더욱 ‘잘’ 방황할 수 있도록 어른들이 옆에서 응원하고 격려할 것을 당부한다. 특히 “중학생 정도 됐으면 국영수가 아닌 의식주를 고민해야” 하며 “절대로 청소년을 보호 대상으로만 여겨서는 안 된다”고 주장하는(183면) 괴짜 아버지의 모습은 그동안 청소년문학에서 찾아보기 어려웠던 새롭고 대안적인 부모상이다. “정말로 돈이 많아야 할까? 왜 애들은 사고를 치면 안 되지? 나는 너희가 그런 질문을 마음껏 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하는(89면) 선생님 또한 아이들을 ‘긍정적인 방황’의 길로 안내한다. 그 덕분에 주인공 건호와 아이들은 나와 다른 타인을 이해하는 법, 잘못을 사과하고 용서하는 법, 자신을 사랑하고 세상을 위하는 법 등을 배우며 텃밭 안에서 한 뼘씩 성장해 나간다. 몇몇 아이들은 ‘공부와 농부 사이’ 아무도 꿈꾸지 않던 길로 씩씩하게 걸어 나간다.



이 책은 이처럼 세상에서 가장 별나고 유쾌한 방황을 시작하는 청춘들에게 보내는 응원의 찬가이다. ‘지금 어디 가’는지 알지 못해 주저하고 망설이는 우리 주변의 청소년들에게 『너 지금 어디 가?』는 자기만의 나침반과 이정표를 찾을 수 있는 충만하고 건강한 힘을 선사할 것이다.




▶ 줄거리



하고 싶은 것도 잘하는 것도 없는 중학교 2학년 건호에게 한 가지 특별한 점이 있다면, 농사에 푹 빠진 아빠를 따라 주말농장에서 일해야 한다는 것이다. 밭일이라면 지긋지긋한 건호에게 설상가상 담임 선생님은 텃밭 동아리의 회장을 맡아 달라고 부탁해 온다. 텃밭 동아리는 학교의 골칫거리인 ‘문제아’들로 득시글한데 과연 제대로 굴러갈 수나 있을까? 한여름 농작물처럼 인생의 가장 푸르른 시절을 지나고 있는 아이들의 소박하고도 아름다운 생태 텃밭 이야기!


Changbi Publishers

누나가 사랑했든 내가 사랑했든
Book 55 · Oct 2013 ·
4.3
누나가 짝사랑하는 남자에게 나도 반해 버렸다?!

힘겨운 고3 생활과 함께 찾아온, 더 힘겨운 나의 짝사랑

한 남자를 사랑하게 된 두 남매의 명랑 성장기 『누나가 사랑했든 내가 사랑했든』이 ‘창비청소년문학’ 시리즈 55권으로 출간되었다. 작가 송경아는 동성애라는 자칫 무거울 수 있는 주제를 우리 주변의 평범한 청소년 주인공의 시각에서 밝고 유쾌하게 그려 내는 데 성공했다. 동성을 사랑하든 이성을 사랑하든 누구나 자기 앞에 놓인 사랑은 모두 진지한 고민거리라는 점을 깨닫게 하는 이 작품은, 독자들로 하여금 주인공 성준이의 난처한 입장과 혼란한 마음에 백 퍼센트 공감하게 만든다. 고 3 시절의 성적 스트레스와, 늘 티격태격하면서도 서로를 위하는 남매의 모습도 사실적으로 묘사되어 재미를 더한다.

어느 평범한 게이 소년의 명랑 연애 실패담

고 3이 된 전성준은 성적도 키도 얼굴도 모두 평범한 남학생으로, 특별한 게 있다면 패션 잡지 보는 취미가 있다는 정도다. 어느 날 성준이는 술에 취한 누나를 부축해 집에 데려다 준 근사한 남자에게 한눈에 반하고 만다. 이름도 모르는 그 형을 짝사랑하게 되면서, 자신의 성 정체성을 확실히 깨닫게 된 것이다.

그 뒤로 내내 혼자 마음고생을 하고 있던 성준이에게 누나 예경이는 한 가지 부탁을 한다. 지난번 집에 데려다 준 바 있는 희서 선배한테 잘 보이고 싶은데 여성스럽지 않아서 걱정이니 예쁘게 꾸미는 걸 좀 도와 달라는 것이다. 성준이는 누나와 희서 형을 이어지게 도와주면 그 형을 한 번이라도 더 만날 수 있으리라는 희망을 갖고 자기 마음을 숨긴 채 선머슴 같은 누나를 여자답게 꾸미는 작전에 돌입한다.

“누나 화장품 뭐 있어?”

“음…… 스킨하고……”

“로션이나 크림은?”

“……답답해서 안 쓰는데…….”

누나가 기어 들어가는 목소리로 대답했다. 잠시 눈앞이 캄캄해지는 느낌이었다. 기초 화장품이 이 모양인데, 색조 화장품 같은 걸 갖고 있을 리가 없었다. ? 74면

『누나가 사랑했든 내가 사랑했든』은 이처럼 시종일관 유쾌한 분위기를 잃지 않는다. 그런데 이렇게 밝고 명랑한 가운데서 동성애 때문에 고민하는 성준이의 마음이 살짝 드러날 때마다 독자들은 짝사랑하는 사람을 둔 순간의 가슴 아픈 심리와 누구의 어떤 사랑이든 모두 소중하다는 평범한 진실과 마주하게 된다.

내가 여자였다면, 하고 얼마나 자주 생각했던가. 나는 남자인 게 편하고 남자의 삶이 좋은 사람이니까, 여자의 몸이나 생활 방식이 부러웠던 게 아니다. 다만 동일이나 희서 형처럼 내가 좋아하는 상대와 아무 문제 없이 맺어질 수 있는 사람이고 싶었다. 그러나 죽었다가 다시 태어나지 않는 다음에야 그럴 가능성은 전혀 없었다. 그래서 죽어 버리고 싶을 정도로 억울했다. ? 147면

우리는 이렇게 성장해 간다

한편, 성준이의 절친 세호는 예경이 누나를 짝사랑하고 있었다. 성준이는 의아해하며 세호에게 여자답지도 않고 왈가닥인 누나를 대체 왜 좋아하느냐고 물었지만, 세호는 “예경이 누나는 정의감도 넘치고 용기도 있고 예쁘니까 반하지 않을 수 없다”고 대답한다. 능청스럽기만 한 세호지만 예경이를 생각하는 마음은 그 누구보다도 진심이다. 그런가 하면 성준이에게도 마음을 고백하는 민지라는 여학생이 나타났다. 성준이는 떨리는 마음은 없었지만 말이 잘 통하는 민지와 어찌저찌 공식적인 연애를 시작하게 되었다. 민지는 조용한 아이지만 사랑에 있어서만큼은 당차고 용감한 모습을 보인다.

예경이의 사랑은 남동생 성준이의 도움으로 결국 결실을 맺지만, 막상 연애를 하고 보니 근사해 보이기만 하던 남자친구의 단점이 서서히 눈에 띄기 시작한다. 사고방식도 편협하다고 느껴지고 바람둥이 기질이 있었던 것도 참을 수 없다. 예경이는 끝내 연애에 종지부를 찍으면서 조금 더 성장해 있는 자신을 발견한다. 동생 성준이의 마음을 이미 눈치 채고 있던 누나는 어찌 되었든 고백을 해 보라고 격려한다. 성준이는 실패를 예감하면서도 용기를 내어 마음을 밝히고, 남매는 모두 이별의 아픔을 간직한 채 자기 삶을 한 걸음씩 더 내딛는다. 이처럼 『누나가 사랑했든 내가 사랑했든』에서는 모두가 달뜬 심정으로 보내는 사춘기 시절이 생생하게 그려지며, 청소년기의 소중한 순간을 사랑이라는 주제로 엮어 내고 있다.

송경아 작가의 첫 번째 청소년소설

소설가 송경아는 그간 장르소설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 온 작가로, 오랜만에 발표하는 『누나가 사랑했든 내가 사랑했든』을 통해 처음으로 장편 청소년소설을 선보인다. 앞으로 청소년문학계에서도 활발히 활동하리라 기대되는 작가인 만큼 새로운 바람을 일으킬 것이 주목된다.

▶ 줄거리

성적도 평범, 키도 얼굴도 평범한 고3 남학생 전성준. 남들과 다른 점이 있다면 패션 잡지 보는 걸 좋아한다는 정도다. 어느 봄날, 누나가 술에 취해 어떤 남자에게 업혀 오면서 성준이의 인생은 달라진다. 너무 멋진 한 남자에게 두 남매 모두 반해 버린 상황. 선머슴 같은 누나는 남동생에게 연애에 골인하기 위한 방법을 상담해 오고, 성준이는 짝사랑하는 형을 한 번이라도 보겠다는 마음에 누나를 여성스럽게 변신시키는데……. 누나의 사랑은 이루어질까? 그럼 내 사랑은 어떻게 되는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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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성 탐험대
Book 56 · Nov 2013 ·
5.0
한국 과학소설의 선구자 고(故) 한낙원의 대표작

지구 청년 ‘고진’이 펼쳐 보이는 열정 가득한 우주 활극!


『금성 탐험대』는 한낙원의 대표작이자 한국 창작 과학소설의 초창기를 빛낸 작품으로, 지금 읽어도 끊임없이 펼쳐지는 모험 서사가 흥미진진하고 우주로 향한 꿈과 도전이 생생하다. 외국 과학소설과 다르게 한국의 젊은이들이 주역으로 활약하는 데서 청소년 독자들은 마치 주인공과 함께 우주선을 타고 여행을 떠난 듯한 실감을 맛보게 된다. 과학적 상상력으로 펼치는 세계는 여전히 청소년 독자들에게 신선한 지적•정서적 자극을 안겨 준다.



— 김이구(문학 평론가) 「해설」 중에서





시간이 흘러도 독보적인 과학소설의 고전


한국 과학소설의 최첨단에 섰던 선구자, 고(故) 한낙원의 대표작 『금성 탐험대』가 창비청소년문학 56권으로 복간되었다. 한낙원은 한국 과학소설 분야에서 선구적으로 활동한 개척자이다. 일찍이 1950년대 말부터 과학소설 창작에 매진하여 잡지 『학원』, 『새벗』, 『소년』 등에 수많은 작품을 발표했다. 첨단 과학 및 우주 개발에 대한 호기심과 이야기 읽는 즐거움을 동시에 선사하는 그의 작품은 당시 아동ㆍ청소년 독자에게 큰 사랑을 받았으며, 그를 대중과 함께 호흡하는 작가로 자리매김하게 했다.


한낙원 이후 한국 과학소설의 역사는 어느덧 반세기를 훌쩍 넘어 SF에 대한 관심도 나날이 높아지고 있다. 그러나 외서가 아닌 순수 창작 과학소설의 뿌리와 계보에 대한 연구는 아직 많이 부족한데, 우리 문학사의 빈틈을 메울 이번 『금성 탐험대』의 복간이 더욱 반갑고 뜻깊은 이유다. 쉽고 간결한 문체로 지금 읽기에도 빛바래지 않은 상상력을 펼쳐 보이는 이 책은, 미래의 우주 세대로 자라날 청소년들과 어린 시절 읽던 과학소설의 맛을 추억하는 성인 독자 모두에게 좋은 선물이 될 것이다.




불붙은 우주 경쟁, 열혈남아 ‘고진’의 모험이 시작된다!


『금성 탐험대』는 미국 소련 간 우주 개발 경쟁이 치열했던 냉전 시대를 배경으로 한 작품이다. 우수한 파일럿들이 연쇄 살해당하는 일이 발생하자 미국은 금성 탐험호를 비밀리에 쏘아 올릴 계획을 세운다. 하와이 우주 항공 학교의 한국인 학생인 고진과 최미옥도 우주로 향할 꿈에 부풀지만, 고진은 출발 직전 괴한에게 납치되고 만다.


고진이 도착한 곳은 바닷속 어느 원자력 잠수함 안. 촉망받는 조종사 고진을 납치한 이는 누구이며 그 이유는 무엇일까? 소련의 C.C.C.P(에쎄쎄르)호와 미국의 V.P.호가 펼치는 긴박한 추격전, 그리고 알려지지 않은 금성의 험난한 자연과 외계인 ‘알파성인’의 등장 속에서 금성 탐험호의 운명은 아무도 예측하지 못할 미궁 속으로 빠져든다.


다채로운 여정 가운데 열혈남아 고진이 보여 주는 가식 없는 열정과 패기는 복고적 멋과 설렘을 느끼게 하기에 충분하며, 마치 TV 만화 연속극에서처럼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지는 사건들은 지금 읽어도 손에서 책을 내려놓을 수 없을 만큼 흥미진진한 긴장과 재미를 선사한다.




오래된 미래, 빛나는 상상력을 만난다


이 작품이 잡지 『학원』에 연재된 것은 1962년 12월부터 1964년 9월까지이다. 이때는 달에 인류의 발자국이 찍히기도 전이었으나 한낙원은 작가다운 관심과 상상력으로 ‘금성 탐험’이라는 새로운 우주 개척담을 빚어냈다. 한낙원은 과학소설 창작의 이유를 “학생들에게 모험심을 기르고 어려운 난관에 부딪치더라도 이겨 낼 수 있는 지혜와 담력을 길러 주기 위해”(「본지 학생 기자의 5분간 인터뷰」, 『학원』 1968년 5월호)서라고 밝혔을 만큼 젊은 세대에 대한 기대가 컸는데, 이 작품에서도 독자들의 도전 의식을 일깨우고자 애쓴 점이 눈에 띈다.


가령 ‘우주 어딘가에 인류보다 발달된 문명을 지닌 외계 생명체가 있지 않을까?’라든지 ‘외계인과 만나면 처음에 어떻게 서로의 언어를 배우고 의사소통할까?’, ‘고도의 인공지능 로봇이 인간의 명령을 넘어 스스로 행동하게 될 위험은 없을까?’와 같은, 어린 시절 누구나 품어 볼 만한 의문에 관해 소설은 재기 발랄한 상상력으로 답해 주고 있다.


그뿐 아니라 낯선 세계의 토양을 조사해 지질학적 분석을 내놓는다거나 나비의 움직임을 관찰해 방향을 찾는 장면 등에서도 과학에 대한 작가의 관심과 애정, 그리고 과학의 유용함을 독자에게 전하고자 했던 노력이 엿보인다. 이는 대체로 과학 기술의 한계를 제기하는 요즘 SF와는 거리가 있는 부분으로, 초창기 과학소설이 지닌 고전적 재미와 순수함을 느끼게 한다.


한편 『금성 탐험대』가 미ㆍ소의 대립이라는 시대적 상황에서 착상된 이야기임에도 화해와 평화의 가치를 전한다는 점은 주목할 만하다.




이 작품은 소련 우주선에 한국인이 탑승한다는 설정으로 냉전 시대던 당시 독자들에게 신선한 충격을 주었던 바 있다. 1960년대 미국의 TV 연속극인 「스타트렉(Star Trek)」이 당시 미국에서는 금기시되었던 백인과 흑인의 키스 장면을 처음 내보냈던 것처럼, 과학소설은 종종 당대의 사회 문화적 금기에 도전하는 유용한 방편이기도 했다.


— 박상준, 「21세기에 재조명되는 한국과학소설의 선구자」 중에서, 『창작과 비평』 2013 겨울호.




이는 “지구는 하나야…….”, “모든 민족은…… 적이 될 수 없어……. 형제야……. 싸워선 안 돼…….”(383면)라는 니콜라이 중령의 마지막 전언을 통해서도 또렷이 확인된다. 비록 냉전 시대의 논리를 완벽히 뛰어넘었다고 평하긴 어려우나, 젊은 세대에게 전할 더 큰 가치를 고민했던 작가 의식이 돋보이는 것엔 틀림없다. 뛰어난 서사와 재미, 그리고 지금도 유효한 가치가 보태어진 이 작품을 읽노라면, 초판 이후 10여 년간 여러 출판사에서 10쇄 이상 발행된 인기의 진면목을 직접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Changbi Publishers

야만의 거리
Book 58 · Jan 2014 ·
4.5
균형 잡힌 역사의식이 담긴 청소년 역사소설의 새 지평

『명혜』 김소연 작가의 첫 청소년소설


김소연 장편소설 『야만의 거리』가 ‘창비청소년문학’ 시리즈의 2014년 첫 책으로 출간되었다. 이 작품은 제11회 창비 ‘좋은 어린이책’ 창작 부문 대상작인 『명혜』를 비롯해 『꽃신』 『남사당 조막이』 등 깊이 있는 역사 동화를 선보여 온 김소연 작가가 처음으로 쓴 청소년소설이다. 우리 사회는 수년간 일본의 역사 교과서 왜곡으로 골머리를 앓아 왔고, 최근에는 국사 교과서의 편향성 문제까지 불거져 여론이 들끓고 있다.


이러한 때 ‘청소년에게 추천할 만한, 건강한 역사의식이 담긴 읽을거리로는 무엇이 있을까?’라는 질문은 학교 현장과 학부모뿐 아니라 우리 모두가 품어 봄 직하다. 이 책 『야만의 거리』는 그러한 질문에 답할 만한 수작으로, 소설로서의 재미와 긴장감을 놓치지 않으면서도 독자 스스로 균형 잡힌 역사의식을 세울 수 있도록 안내한다.


1920년대 일본의 생생한 재현, 박열과 가네코 후미코 등 실존 인물이 등장해 펼쳐지는 속도감 있는 전개, 주인공 동천의 고독과 그리움 등 시대를 불문한 보편적 정서는 이 작품이 청소년 역사소설의 새 지평을 열었다고 평가 내릴 만한 근거가 되어 준다. 자신의 정체성을 찾아 한 걸음, 한 걸음 나아가는 동천의 성장담은 독자의 마음을 뜨겁게 녹일 것이다.



격동의 시대, 빼앗긴 조국, 사라진 사람들……

동경 하늘 아래 ‘나는 누구인가’를 뜨겁게 물은 소년이 있었다!


신분제가 폐지된 지 20여 년이 흘렀지만 구시대의 관습대로 살아가는 평안북도 구성, 동천은 양반 아버지와 몸종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나 어디에도 온전히 속하지 못하는 처지가 답답하기만 하다. 그러던 어느 해 봄, 산골 마을에도 뒤늦게 단발령이 닥치고 서당 대신 소학교가 들어선다. 소학교의 일본인 선생 다케다는 동천에게 더 큰 꿈을 꾸라며 용기를 북돋우고, 그 격려에 힘입어 동천은 바다 건너 일본으로 향한다.


그곳에서 동천은 새로운 문물과 빛나는 미래, 무엇보다 신분의 굴레에 얽매이지 않은 자신의 진정한 모습을 찾기를 꿈꾼다. 그러나 동천이 마주하는 것은 전혀 다른 진실이다. 어딘지 모르게 비밀스러운 헌책방 사장 구마모토, 비범한 기운의 독립운동가 박열, 천지를 뒤흔든 관동 대지진과 조선인 학살……. 문명의 탈 아래 감춰졌던 비밀이 점차 그 모습을 드러내는 가운데, 야만의 거리 한복판에 선 동천은 과연 어디로 가야 할까?



철저한 고증, 섬세한 묘사

건강한 역사의식을 일깨우는 소설


작가 김소연은 우리가 여태껏 막연하게 상상해 왔던 일제 강점기의 삶을 동천이라는 인물을 통해 오롯이 되살린다. 작가 스스로 도서관과 헌책방, 기록 자료관 등에서 수년을 보냈다고 자부할 만큼 철저한 고증을 거쳐 당시의 사회⦁문화상을 재현한다. 시골 마을의 단발 장면이나 달라진 평양 시내 등 한반도의 풍경은 물론이고 1920년대 일본 실지에 대한 묘사도 탁월하다.


오사카의 화려한 가로등과 꽃전등, 섬나라의 기후, 동경 뒷골목의 중고서점가 등이 섬세히 복원되며 그와 더불어 조선인 노무자의 고된 일상과 유학생 간의 사상 논쟁처럼 일본 내 조선인의 처지를 짐작해 볼 만한 서술도 덧붙는다. 실존 아나키스트인 박열과 가네코 후미코가 동천의 멘토 역할로 등장해 생생함을 더한다.


특히 『야만의 거리』가 돋보이는 점은 조선인뿐 아니라 일본인도 주요 인물로 등장하며 그 관계가 적대적이지 않다는 것이다. 동천에게 흔쾌히 뱃삯을 빌려주고 말벗이 되는 염생장이 아베, 남다른 시대의식으로 제국주의 만행에 대한 죄의식을 통감하는 오자키, 애틋한 연모의 상대 요시코, 동천의 목숨을 구하고 후견인이 되어 주는 구마모토 등이 조연으로 활약한다. 물론 동천은 조선인이라는 이유만으로 일본에서 갖은 모욕과 착취를 당한다.


그러나 이들 ‘선한’ 일본인과의 만남을 통해 인간에 대한 증오를 키우는 대신 “(누군가를) 믿을 수 있고 없고는 국적을 떠나서 그 사람 하기에 달린 것 아닌가”(181면) 하는 깨달음을 얻는다. 엄혹한 시절을 다루면서도 인간에 대한 보편적 믿음과 희망을 놓지 않은 작가의식이 돋보이는 부분이다.



배우고 고민하고 성장하는 주인공 ‘동천’이 전하는 감동


주인공 동천은 항상 배우고 고민하고 그럼으로써 성장하는 인물이다. 가령 일본인 선생 다케다를 따라서 아무 생각 없이 일본을 ‘내지’로 부르던 동천은 친구 거복과 아래와 같은 대화를 나눈다.




“거야 다케다 선생이 일본 사람이니까 자신의 입장에서는 일본이 내지 아니겠냐.”

“그러니까 일본 섬이 왜놈들에게나 내지지, 왜 우리 조선 사람들한테까지 내지냔 말이야. 난 그게 이상하다는 것이지.”

거복의 말이 동천의 뒤통수를 때렸다. 미처 생각해 본 적 없는 물음이었다. 그렇지만 너무나 합당한 질문이었다. — 본문(73면) 중에서



동천은 거복의 일갈을 통해 거복보다 배움이 많다며 늘 우쭐댔던 자신에게 진심으로 부끄러움을 느낀다. 이처럼 실수나 잘못과도 두려움 없이 마주하고 변화와 성장을 기꺼이 받아들이려는 동천의 태도는 읽는 이로 하여금 지금 우리는 어떻게 살고 있는지를 돌아보게 한다.



“내가 본 동천의 순수함은 그런 어린아이의 것이 아니야. 나이 먹으면 어쩔 수 없이 더럽혀지는 동심이 아니라고. 동천에겐 저도 어쩔 수 없는 투명한 본심이 있네. 그것이 그 아이를 지금까지 이끌었고 앞으로도 이끌 거야. 난 그 힘을 믿네.” — 본문(256면) 중에서



이와 같은 박열의 대사가 독자의 동감을 자아내는 것도 같은 이유에서이다. 독자들은 친구에게 따돌림당하던 동천의 여덟 살 무렵부터 스물두 살까지, 평안북도 산골짜기 마을에서부터 부산과 오사카를 거쳐 동경에까지, 긴 여정에 동행하며 소년의 성장을 지켜본다. 그러나 그 여정이란 고향으로부터, 가족으로부터, 사랑하는 여인으로부터, 그리고 동천이 그토록 바라 마지않던 학업의 길로부터도 멀어져 가는 것이다.


동천은 저 홀로 행복해지기 위해 타인의 불행을 못 본 척하거나 시대의 절박한 부름을 외면하지 못한다. 새로운 시작을 향해 끝내 만주로 떠나는 동천의 뒷모습은 독자에게 깊은 울림을 전하며 이어질 2권에 대한 여운을 남긴다.

『야만의 거리』는 일제 강점기를 배경으로 쓰였으나 오늘날의 우리에게도 유효한 가치를 품고 있다.


여러 인물의 입체적 삶을 통해 인간의 보편적 정서를 뒤흔들 뿐 아니라 일본의 통치 덕분에 조선이 발전했다는 식민지 근대화론을 비롯해 여러 역사 인식론을 가감 없이 보여 주고 무엇이 과연 건강하고 균형 잡힌 관점인지 독자 스스로 고민하게 한다. 소설로서의 감동과 시대에 대한 성찰을 동시에 안기는 청소년 역사소설의 모범이라 할 만하다.


Changbi Publishers

달 위를 걷는 느낌
Book 59 · Feb 2014 ·
0.0
“우리의 미래는 과거를 닮지 않을 거야.”


미래를 엿본 아빠가 딸에게 보낸 특별한 사랑의 메시지

『루이뷔똥』 『그린 핑거』 김윤영 작가의 첫 청소년소설


창비청소년문학 시리즈 59권으로 김윤영 장편소설 『달 위를 걷는 느낌』이 선을 보인다. 1998년 『루이뷔똥』으로 제1회 창비신인소설상을 받으며 등단한 김윤영 작가는 그간 『그린 핑거』 『내 집 마련의 여왕』 등을 통해 동세대 삶의 단면을 날카롭게 포착하는 작품을 발표해 왔다. 이 책 『달 위를 걷는 느낌』은 작가의 첫 청소년소설로 SF 소설의 배경과 형식을 취하고 있어 더욱 눈길을 끈다. 문학 고유의 감동을 전달하는 가족 소설인 동시에 환경과의 공존을 생각하지 않는 미래에 대한 엄중한 경고이기도 한 『달 위를 걷는 느낌』은 다양한 결의 메시지를 한데 녹여 낸 작가의 내공이 느껴지는 작품이다.



딸을 웃기기 위해서라면 젤리빈 사탕을 콧속에 집어넣기도 마다 않던 아빠와,

사고를 당한 아빠가 깨어나기만을 기다리는 소녀 루나의 이야기.


아스퍼거 증후군을 앓고 있는 소녀 루나는 물리학에 천재적인 소질이 있고, 칼 세이건이나 리처드 도킨스 같은 과학자를 우상으로 여긴다. 사실 루나가 가장 좋아하는 사람은 아빠지만, 아빠는 달에 갔다 온 뒤 불의의 사고를 당해 삼 년째 깨어나지 못하고 있다. 그래서 특수학교 친구들 노마, 유니와 함께 매일 천문대와 병원을 방문하고 아빠가 깨어나길 기다리는 것이 루나의 일과가 되었다. 한편, 핵융합 과학자인 루나의 아빠는 우주 비행사로 뽑혀 가게 된 달에서 특별한 경험을 했다. 시간의 질서를 넘나들며 미래를 엿보는 능력이 생긴 아빠는 어두운 미래와 자신의 사고를 예감하며 딸에게 보낼 영상 메시지를 남긴다. 아빠는 자신이 사고를 당할 것뿐 아니라, 딸이 스스로 자책하면서 아빠를 기다린다는 것까지 전부 알고 있었다. “잠에서 깨면 함께 양을 세어 주지 못해 미안해.” “울지 말고 기다려야 돼.” 하고 말하는 아빠의 메시지가 절절하게 느껴지는 대목이다.



“아빠가 사랑하고 자랑스러워하는 나의 딸, 나의 분신, 나의 영원한 똥강아지, 루나야. 아빠가 젤리빈을 코에 대여섯 개씩 집어넣는 것보다 더 더럽고 바보 같고 우습고 역겨운 장난을 만들어 주지 못해도, 기다려 주렴. 기억해 줘, 루나. 아빠는 늘 너를 사랑한다는 것, 그리고 미안해한다는 것. 아빠는 너의 영원한 보이저 2호야. 알지? 보이지 않아도 어딘가에서 네 주변을 돌고 있는 바로 그것 말이다.” – 본문 229~230면



『달 위를 걷는 느낌』은 과거의 아빠가 보낸 영상 메시지와, 아빠가 깨어나길 기다리는 루나의 삶을 번갈아 등장시키면서 긴장감과 몰입도를 끌어올리는 서술 방식을 보여준다. 또한 2014년의 현재이든, 작품의 배경이 되는 2044년이든 간에 사람 간의 진정한 소통이야말로 세상을 바로잡을 희망이라는 사실을 사랑스러운 인물을 통해 증명하고 있다. 주인공 루나는 과학과 물리학에 몰두하면서도 사람들과의 일반적인 관계에는 서툰 아이다. 아빠 생각에 울적해지면 눈물을 흘리는 대신 등이 딱딱해진다고 느끼며, 주기율표를 외우는 일은 쉽지만 남의 마음을 공감하는 데는 어려움을 느낀다. 그러던 루나가 따뜻한 애정을 보여주는 주변 사람들로 인해 서서히 마음을 열어 나가는 과정이 매우 감동적으로 그려진다. 루나의 타인에 대한 공감 능력은 친구 노마와 유니에게도 전염되며, 다른 생명체에 대한 공감과 사랑을 일깨우는 이 소설의 주제와도 공명하면서 독자의 가슴속으로 넓게 퍼져 나간다.



후쿠시마 사고 이후, 방사능 누출 사고가 이어진 디스토피아적 미래를 통해

오늘날 과학 만능의 세계를 엄중히 경고하다


나는 지속 가능한 성장보다는 지속 가능한 지구를, 오염된 미래보다는 안전한 녹색 미래를 염원한다. 내 아이들에게 이런 불안한 세상을 물려주고 싶지 않은 부모로서, 하하하 웃어도 눈물이 나는 그런 소설을 쓰고 싶었다. —「작가의 말」 중에서



『달 위를 걷는 느낌』은 이렇듯 감동적인 가족 소설이지만, 지금과 같이 핵 발전을 지속해 나갈 때 빚어질 수 있는 디스토피아적 미래를 경고하는 작품이기도 하다. 새소리와 꽃향기가 사라진 숲, 방사능에 누출되어 기괴하게 변형된 동물들, 이런 재앙에서는 인간도 벗어날 수 없다. 루나의 아빠는 달에서 있어서는 안 되는 이런 인류의 재앙을 본다. 그런 뒤 환경 운동가가 되어 감시 활동에 헌신적으로 노력하게 된 것이다. 자연 과학의 오만함을 경고하고, 학문과 기술의 발전은 모든 생명체가 평화롭게 공존하기 위해서라는 점을 분명히 밝힌 이 작품 『달 위를 걷는 느낌』은 환경 문제를 정면으로 다룬 SF 걸작들처럼 문학으로서의 고유한 공감과 몰입 능력, 주제의 중요성, 참신한 형식 등 어느 것 하나 놓치지 않는 특별한 소설이다.




추천사


지구는 이보다 더 절망적일 수 없으며 우리는 이미 멸망과 함께 살아가고 있는지도 모르지만, 젤리빈 한 알만큼의 사랑이라도 있다면 그 무엇도 아직 포기하기에는 이르다는 작은 구원의 서사시. 거창하게 인류의 미래를 지킨다고 자부하지 않으며, 다만 사랑하는 딸이 살아갈 미래를 염려했던 학자. 그가 미래로부터 전해 오는 메시지는 나직하고 부드러운 외피를 썼으나 강인하고 엄중한 경고가 되어 독자를 엄습한다. 당신도 분명 마지막 장에 이르면 그에게 일어나! 일어나! 응원을 보내게 될 것이다. — 소설가 구병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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