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베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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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일본 근대 문학의 혁신을 꿈꾸다, 나쓰메 소세키

일본 근대 문학의 대표 작가인 나쓰메 소세키의《풀베개》(책세상문고?세계문학 028)가 책세상에서 출간되었다. 소세키는 리얼리즘으로 무장한 자연주의가 세력을 얻던 당대의 일본 문단에서, 독특한 미의식과 유머러스한 문명 비판으로 독자적 위치를 확립한 것은 물론, 2001년〈아사히신문〉에서 실시한 ‘지난 천 년 동안의 일본 문학 작가에 대한 독자 인기 투표’에서 1위를 차지할 정도로 사후 백 년 가까이 지난 지금까지 폭넒은 사랑을 받고 있다.

소세키의 작품에서 줄곧 나타나던 문명 비판은《풀베개》에서도 계속된다. 또한 《풀베개》는 하이쿠나 한시, 그림 등을 차용하는 장르적 시도와 함께 작품 전체에 걸쳐 자연을 시적으로 형상화하는 수법으로 동양적 미를 구현하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소세키는 당시 잡지《신소설》의 평론가에게 보낸 편지에서 “이런 소설은 천지개벽 이래 유례가 없는 것입니다……그것이 일본에서 나왔다는 것은 우선 일본 소설계에 새로운 운동이 일어났다고 말할 수 있을 겁니다”라는 말로 이 작품에 대한 자신의 자부심과 애착을 드러냈다. 또한 이 작품은 인간세상의 이해(利害)나 인정(人情)을 벗어난 듯한 한적한 산간 마을에 머무르면서 그림을 완성해나가는 화가의 모습을 통해 소세키의 세계관과 예술관을 가장 명확하게 드러내고 있다는 평가를 받았다.


2. 감각적이며 서정적인, 한 폭의 동양화 같은 소설

주인공이자 화자인 ‘나’가 화가라는 사실은 상징적이다. 화가란 평범한 자연이나 사물에 새로운 의미를 부여하는 사람이다 보니, 그의 시선에 여과된 세계의 모습은 일상적인 세계와 다르게 작품의 회화적 이미지를 형성한다. 양갱에 대해 “겉이 매끈하고 치밀한데다가 반투명한 속에 광선을 받아들일 때는 아무리 봐도 하나의 미술품이다”라고 표현하거나, 동백이 지는 모습을 보고 “또 하나 큰 송이가 피를 칠한 사람의 혼백처럼 떨어진다”라고 묘사한 부분은 세심한 관찰력과 탁월한 상상력을 보여주는 예다.

이렇게 시적인 문체는 작품의 배경으로 등장하는 온천이나 사찰과 고미술품, 다도, 샤미센 등의 소재와 어우러져 동양적인 풍류를 자아내고, 독자로 하여금 마치 한 폭의 동양화 속에 들어온 것 같은 느낌을 받게 한다. 이런 이유로 풀베개는 하이쿠적 소설이라는 평가를 얻기도 했다.


3. 비인정을 찾아 떠난 여행에서 만난 인정

염세적이라는 측면에서 다분히 작가 소세키를 닮은 인물인 화가는 현실 도피적인 수단으로 비인정한 공간을 찾아 여행길에 오르지만, 그곳에서도 서로 부대끼며 살아가는 사람들을 만나게 된다. 여주인공 나미는 소설이 발표되던 당시로서는 다른 소설에서 찾아보기 힘든 개성적인 인물로 소설의 흐름을 주도한다. 남편과 이혼하고 친정으로 돌아온 그녀는 과장된 소문에 둘러싸여 미치광이라는 평판을 얻고 있지만, 특유의 재기발랄한 매력을 발산하면서 독자를 사로잡는다. 또 자신의 이발 솜씨에 대해 터무니없는 확신을 가진 이발사나, 고미술품 수집에 열을 올리면서도 아까워서 쓰지 못하는 노인처럼 개성적인 마을 사람들의 모습은 우스꽝스러우면서도 연민을 자아낸다.

이 소설에서 소세키는 현실을 벗어난 제3자의 입장에서 아름다움을 창조하고자 하는 자신의 예술관을 전면적으로 드러내면서, 한편으로는 인간이 현실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존재임을 말하고 있다. 작품 후반부, 오랜만에 마을 밖으로 나온 화자가 현실세계에 끌려나온 것을 느끼며 전개하는 기차론(汽車論)은 풍요로운 물질문명 속에서 정신적으로는 황폐해져가는 인간의 모습을 상징한다. 20세기 초에 이미 근대 문명의 어두운 면에 공포감을 느낀 소세키의 통찰을 보여주는 부분이다.

“나는 기차의 맹렬한, 누구나 할 것 없이 모든 사람을 화물처럼 취급하며 달리는 모습을 볼 때마다 객차 속에 갇힌 개인과, 개인의 개성에 추호의 주의도 베풀지 않는 이 기차를 비교하여, 위험하다, 위험하다, 조심하지 않으면 위험하다고 생각한다…….”


4. 셰익스피어의 오필리아와 소세키의 나미

소세키는 작품 속에서 동서고금을 막론한 사상가, 문인, 화가들의 작품을 논하고, 직접 하이쿠를 짓거나 한시와 영시를 인용한다. 여러 예술론을 섭렵하면서, 그에 동의를 표하거나 반박함으로써 자신의 예술관을 펼쳐 보이고, 자유롭게 장르를 넘나들면서 서사의 맥락과는 무관한 문장 자체의 미를 추구하기도 한다.

특히 눈여겨볼 만한 점은《풀베개》의 화가가 그리려는 그림이 밀레의〈오필리아〉와 닮았다는 사실이다. 셰익스피어 희곡〈햄릿〉의 여주인공 오필리아의 이미지를 선명하게 표현한 것이 밀레의 그림인 데 비해, 소세키는 여주인공 나미를 비인정한 모습으로 재해석하려 한다. 동백이 끊임없이 떨어지고 여인이 영원히 물에 떠 있는 느낌, 인간을 떠나지는 않으나 인간을 초월한 영원이라는 느낌, 즉 비인정의 경지를 그리려는 화가의 노력은 작가 소세키가 문학을 통해 이루려 했던 것과 맞닿아 있다.

About the author

나쓰메 소세키 夏目漱石

나쓰메 소세키는 메이지 유신 바로 전 해인 1867년에 현재의 도쿄인 에도에서 태어났다. 본명은 나쓰메 긴노스케(夏目金之助)다. 자식이 많은데다가 부모가 고령이어서 막내인 그는 태어나자마자 수양아들로 보내졌다. 이러한 불우했던 소년기는 마음의 골이 되어 그의 사상과 문학에 깊이 뿌리를 내렸다.

열다섯 살 때부터 한학과 영어를 배워 문학의 토대를 마련했고, 도쿄대 문학부 영문과를 다니면서는 후일 유명한 하이쿠 작가가 된 마사오카 시키(正岡子規)와 교분을 쌓았다. 졸업 후에 도쿄고등사범학교 강사로 출강하지만 1895년에 사임하고 에히메현의 마쓰야마 중학교 교사로 부임했다. 이곳에서의 체험은 후일 《도련님》의 소재가 되었다. 서른 살이 되던 1896년에는 마쓰야마 중학교를 그만두고 구마모토의 제5고등학교 강사로 부임했다. 같은 해 나카네 교코와 결혼했고, 연말에 오아마 온천을 여행하며 그의 대표작 중 하나인 《풀베개》를 구상했다.

서른넷에 문부성의 명으로 영어 연구를 위해 영국으로 유학을 갔다. 그러나 힘든 유학 생활로 신경쇠약에 걸렸고, 그 소식이 일본에 전해져 문부성에서 사람을 보내 확인하는 소동이 벌어지기도 했다. 이때의 일은 문명 비평적 성격이 강한 그의 문학관에 상당한 영향을 미쳤다. 1903년 귀국 후, 도쿄대학 영문과에서 문학론을 강의하며 《문학론》과 《문학평론》을 간행했다.

1905년 1월 하이쿠 잡지로 잘 알려진 《호토토기스》에 《나는 고양이로소이다》를 시작으로 〈런던탑〉, 《도련님》, 《풀베개》 등을 발표했고, 1907년에는 아사히신문사에 입사하여 《우미인초》, 《산시로》, 《그 후》 등을 연재했다. 1911년에는 문부성으로부터 문학 박사학위 수여를 통보받았으나 수상을 거부했다. 다음 해에 《추분이 지날 때까지》, 《행인》의 연재를 시작했으나, 신경쇠약과 위궤양이 재발되어 《행인》의 연재를 중단했다. 〈아사히신문〉에 《명암》을 연재하던 중 1916년에 위궤양 내출혈로 사망했다.

오석륜은 1963년 충북 단양의 산골 마을에서 태어났다. 이후 대구에서 성장해 대건고를 졸업했다. 국문학을 전공한 아버지와 산골 마을이 가슴에 심어준 대자연의 숨소리 덕분에 문학과 소중한 인연을 맺었다. 고교 시절 태동기문학회 동인이 된 것도 귀중한 경험이었다. 한국 문학을 대표하는 선배나 친구들을 만나 많은 문학적 자극을 받았다. 2009년 《문학나무》 신인문학상을 수상하며 시인으로 등단했다. 또한 번역 문학가로 활동하며 지금까지 20여 권의 일본 문학·문화 관련 책을 출간한 것도 이러한 성장 과정의 연장선상에 있다.

동국대 일어일문학과와 같은 대학 석사·박사 과정(일본 근현대문학 전공)을 수료했고, 〈미요시 다쓰지(三好達治) 시 연구〉로 문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일본 근현대 문학을 한국에 소개하는 작업과 함께 한국 문학을 일본에 소개하는 일에도 진지하게 몰두할 예정이다. 앞으로는 한국 문학과 일본 문학을 아우르는 곳에서 호흡할 것이며, 시인으로서 창작도 게을리 하지 않을 것이다.

현대인재개발원에서 일본어 전임교수, 주임교수 생활을 적잖게 했다. 좋은 사람, 훌륭한 경험을 만날 수 있었고, 스스로의 실력을 쌓아야만 남들보다 앞설 수 있다는 값진 교훈도 얻었다.

지금까지 《일본어 번역 실무 연습》, 《미디어 문화와 상호 이미지 형성》(일본어판, 공저), 《2010 젊은 시》(공저) 등의 저서와 〈오구마 히데오(小熊秀雄)의 장장추야(長長秋夜)론〉, 〈미요시 다쓰지 시(詩)와 세계성〉, 〈미요시 다쓰지 시와 동인잡지〉, 〈미요시 다쓰지의 《낙타의 혹에 올라타고》론〉, 〈미요시 다쓰지의 《측량선》론〉 등 많은 일본 문학 관련 논문을 썼으며, 《일본 하이쿠 선집》, 《일본단편소설 걸작선》, 《조선청년 역도산》, 《미요시 다쓰지 시선집》, 《일본대표 단편선》(전 3권), 《한국사람 다치하라 세이슈(立原正秋)》 등의 번역서도 바쁘게 살아온 결과물이다.

동국대 일본학연구소 전임연구원을 거쳐 지금은 인덕대 일본어과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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