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소설 『싸드』, 2016년 현실의 사드가 되다!
김진명 장편소설 『싸드(THAAD)』를 펼쳐드는 것은 섬뜩한 일이다. 『싸드』는 2년 전인 2014년 8월에 출간됐다. 김진명은 『싸드』를 위해, 대하소설 『고구려』의 집필을 중단했다. 지식인들조차 “사드가 도대체 무엇이냐?”고 묻던 시절이다.
“사드, 받으면 중국 잃고, 안 받으면 미국 잃을 가능성”
김진명은 사드가 촉발할 한반도의 위기를 감지했다. 국제정치적 격랑의 도래를 직감했다. 주인공들을 통해 한반도 위기의 시점을 물었다.
“다시 묻지, 그래서 그게 언제라는 건가?”
“바로 지금, 박근혜가 있는 지금.”
(『싸드』, 339쪽)
“강렬한 불만, 단호한 반대” 토씨 하나 다르지 않은 중국의 반발 이유
소설은 어디까지나 소설이다. 그러나 김진명이 『싸드』를 통해 그려낸 한반도의 상황은 ‘소설’이 아니었다. 놀랄 정도의 현실감각으로 미래를 포착했다. 중국의 반발에 대한 스케치.
대통령은 주석의 무례한 언행에도 불구하고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한국이 싸드를 받는다면 미국 편에 서서 중국과 전쟁을 하자는 뜻에 다름 아닙니다. 당장은 미국의 뒤가 안전할지 모르겠지만 중국과 적이 되는 게 그리 현명한 선택은 아닐 겁니다. 중국은 반드시 복수를 합니다.”
(『싸드』, 289쪽)
중국은 한반도의 사드 배치를 맹비난하고 있다. 중국 외교부장은 “한반도의 방어 수요를 훨씬 넘어서는 것”이라고 했다. ‘강렬한 불만, 단호한 반대’를 내세웠다. 김진명은 소설에 시진핑 국가 주석을 등장시키는 드라마틱한 방법으로 그들의 반발을 형상화해냈다.
미국이 한반도에 반드시 사드를 배치하려는 이유?
그 같은 반발을 예상하면서도, 미국은 왜 사드에 집착하는가.
“MD를 살리려면 무조건 싸드를 한국에 배치해야만 해요.”
“한국에 싸드를요?”
“네. 미국의 미사일방어망은 중국을 적국으로 상정하고 전개되고 있어요. 겉으로는 북한 핵과 미사일을 들먹이지만 실제로는 중국이에요. 원래 MD는 중국의 미사일이 날아오면 태평양 상공에서 격추시키도록 되어 있었지만, 성공률이 너무 낮아 싸드를 중국에 가장 가깝게 배치해야만 MD가 살아요.”
(『싸드』, 210쪽)
소설가는 ‘분석’하지 않는다. 그러나 상상을 통해 학자들의 분석을 뛰어넘는 통찰을 내놓는다. 김진명은 ‘팩션(faction)의 대가’로 통한다. 그는 팩트에 충실하지만, 곧바로 그 팩트를 뛰어넘는다. 김진명이 사드의 배후에 ‘세계 경제’와 ‘미국의 달러’를 놓고 있다는 사실은, 그래서 간과하기 어렵다.
“이미 폴 크루그먼이 말하지 않았나? 그는 노벨 경제학상을 받은 사람이지.”
“오바마 행정부의 경제정책에 결정적 영향을 미치고 있기도 하고.”
“그가 뭐라고 얘기했는지 아나”
“…….”
“미국은 전쟁을 필요로 하는 나라라고 했지. 전쟁이 없으면 가상의 전쟁이라도 만들어야만 한다고 했어. 지금 이 젊은 양반도 결국 그 얘기 아냐.”
(『싸드』, 280쪽)
‘경제’중국 vs ‘안보’ 미국 사이 딜레마 지적
작가의 일은 정치학자나 경제학자의 일과 다르다. 그러나 전문 지식인들의 분석이 각자의 한계에 갇힐 때, 그들 지식 간에 가로 놓인 벽을 자신의 상상력으로 허물고 융합시킨다. 그 때 보이지 않던 많은 것들이 보이기 시작한다. 2년 전 여름, 김진명이 『싸드』 앞에 붙인 ‘작가의 말’은, 끊임없이 반복되며 등장하는 ‘난세’에 작가의 역할이 무엇인지 환기시켜준다.
“한국의 입장은 어렵기만 하다. 경제의 현재와 미래를 중국에 걸고 있는 우리 현실에서 싸드를 받아 중국과의 불화를 초래하는 건 어리석은 일이지만, 그렇다고 국가방위를 미국과 같이하고 있는 입장에서 미국의 요구를 거절할 수 있을지, 아니 거절하는 게 옳은지…. 그야말로 어려운 문제다. 받으면 중국을 잃고 안 받으면 미국을 잃을 가능성이 있는 이 시점에서 우리의 선택은 과연 어떠해야 하는지를 나는 독자들과 같이 생각해 보고 싶은 것이다.”
(2014년 8월, 『싸드』 작가의 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