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평』은 기존 모디아노 소설들의 특성을 견지하고 있으면서도 기존 작들과 차별성을 띤 놀라운 작품이다. 기억과 운명이라는 주제에 작가로서의 전 생애를 바쳐온 모디아노의 주제의식이 잘 드러나 있으면서도, 기억을 따라가는 여정의 끝에서 미래로 향하는 출구를 열어준다는 점에서 여타 작품들과 궤를 달리한다. 『지평』의 작중인물들은 혈통의 미로와 운명의 현기증 속에서 분투하면서도 더 넓은 지평을 희구하기를 멈추지 않는다. 그러므로 이 소설은 모디아노 작품세계의 완성이라 할 수 있다.
파트릭 모디아노
바스러지는 과거, 잃어버린 삶의 흔적으로 대표되는 생의 근원적 모호함을 신비로운 언어로 탐색해온 프랑스 현대문학의 거장. 1945년 불로뉴 비양쿠르에서 태어났다. 열여덟 살 때부터 글쓰기를 시작해 1968년 소설 『에투알 광장』으로 로제 니미에 상, 페네옹상을 받으며 화려하게 데뷔했다. 『외곽 순환도로』로 1972년 아카데미 프랑세즈 소설 대상을, 『슬픈 빌라』로 1976년 리브레리상을, 1978년에는 『어두운 상점들의 거리』로 프랑스의 가장 권위 있는 문학상인 공쿠르상을 수상했다. 데뷔 이후 발표하는 작품마다 평단과 독자들의 찬사를 받았으며, 주요 작품으로 『청춘 시절』『추억을 완성하기 위하여』『팔월의 일요일들』『도라 브루더』『신원 미상 여자』『작은 보석』『한밤의 사고』『혈통』『잃어버린 젊음의 카페에서』『지평』 등이 있다. 2014년 노벨문학상을 수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