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산당선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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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계급 해방, 나아가 인간 해방을 꿈꾼 《공산당선언》

한때 유럽의 모든 보수 세력을 공포의 도가니로 몰아넣었던 혁명적 실체로서의 공산주의는 마르크스라는 사상가에 의해 혁명적, 과학적 이데올로기이자 실천적 강령으로 뿌리내리는 듯했다. 그러나 자본주의는 결국 자기 모순으로 멸망할 것이라던 마르크스의 예언은 실현되지 않았다. 마르크스주의는 공산당 엘리트들의 지배 권력을 정당화하는 이데올로기로 경직화되고, 그 이데올로기를 받아들였던 현실 사회주의가 붕괴함으로써 더 이상 절대적 지위를 누릴 수 없게 되었다. 이로써 자본주의는 자기 모순에 의한 파국을 맞이하기는커녕 전 세계적으로 보편화되고 있으며, 공산주의의 이념은 진부하기 짝이 없는 구시대의 유물로 역사의 뒤편으로 퇴장하는 듯 받아들여지고 있다.


그렇다면 일찍이 마르크스가 예리하게 분석했던 자본주의의 문제점들은 모두 해소되었는가? 약육강식이라는 밀림의 법칙만이 통용되는 신자유주의 세계 시장에서 노동자들은 다시 자본주의의 노예로 전락할 위기에 처해 있다.

또한 현대 자본주의가 현실 문제를 은폐하는 수많은 기제 속에는 여전히 인간성을 훼손하는 문제들이 함축되어 있다. 그렇다면 마르크스를 다른 각도에서 다시 바라보아야 하는 것은 아닐까?


《공산당선언》은 마르크스를 역사상 가장 영향력 있는 이데올로기적 사상가로 만든 문건이자 마르크스 철학사상의 결정체로서, 1947년 공산주의자 동맹(국제 노동자 단체) 회의에서 공표할 당 강령의 용도로 엥겔스와 함께 씌어졌다. 그러나 그 근본 사상은 엥겔스가 1883년 독일어판 서문에서 밝히고 있듯이 전적으로 마르크스의 것이다. 현실을 개혁할 수 있는 원리를 현실 자체에서 산출하려는 과학적 태도를 견지함으로써 이념과 현실의 화해를 시도하고 있는 《공산당선언》은, 바로 이 지점에서 보편타당한 철학적 입장을 유지하며 여전히 당대에도 문제적인 텍스트로 기능하고 있다.


2. 인간 해방에 관한 철저한 철학적 성찰

《공산당선언》은 '이데올로기'와 '철학적 성찰'이라는 이중의 성격을 갖고 있다. 마르크스주의가 현실 사회주의로 발전하면서 《공산당선언》은 '이데올로기'로 절대화되었지만 사회주의 붕괴와 더불어 조소의 대상으로 전락했다. 마르크스에 대한 조소는 대부분 그의 예언이 실현되지 않았다는 점에서 출발한다. 그러나 마르크스의 비판이 아무 영향을 끼치지 않을 정도로 자본주의 체제는 완벽한가? 아니면 자본주의에 대한 마르크스의 비판은 여전히 타당한데도 경직된 마르크스주의 이데올로기로 인해 그 본 뜻이 왜곡된 것인가? 자본주의가 여전히 많은 문제점들을 갖고 있는 게 사실이라면, 우리는 자본주의의 문제를 정확하게 파악하기 위해서라도 이제 그의 '철학적 성찰'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마르크스는 현실에 이데올로기적 이념을 단순히 대립시키는 교조적 태도를 경계하고, 현실을 개혁할 수 있는 원리를 현실 자체에서 산출함으로써 혁명에 대한 열정과 현실 분석의 냉철함을 용해시켰다. 때문에 그의 사상은 혁명의 열정에 이론적 정당성을 부여하는 이데올로기로 변질되거나 아니면 현실을 과학적으로 분석하는 단순한 방법론으로 경직되게 해석되어서는 곤란하다. 마르크스는 그 스스로 표현했듯 혁명적 사상가이다. 그의 예언이 빗나갔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그가 읽을 가치가 있는 것은, 그가 무엇보다 인간 해방의 문제를 철저하게 사유한 철학자이기 때문일 것이다. 그가 주목한 프롤레타리아 계급은 왜곡된 인간, 억압받는 인간, 온갖 불의를 당하는 인간, 무(無)의 존재로 전락한 인간을 상징한다. 마르크스의 급진적 사유는 이러한 인간 소외의 문제를 뿌리부터 파악하고 있었다. 《공산당선언》이 노동자 운동의 이데올로기적 강령이기에 앞서 인간 해방에 관한 철저한 철학적 성찰이라는 사실을 간과해서는 안 되는 것은 이 때문이다.


3. 이 책의 구성

이 책은 마르크스와 엥겔스가 공산주의자 동맹을 위한 강령으로 함께 집필한 《공산당선언》과 《공산당선언》이 씌어지기 전에 엥겔스가 강령 초안으로 집필했던 《공산주의의 원칙》을 온전히 번역했다. 그리고 《공산당선언》의 중판 및 번역본들의 서문 7편을 모았다.


제1장 《공산당선언》은 4절로 구성되어 있고, '이제까지의 모든 사회의 역사는 계급 투쟁의 역사이다', '공산주의 이론은 사적 소유의 폐지라는 하나의 표현으로 요약할 수 있다'를 핵심적으로 천명하고 있다. 각각 '프롤레타리아'와'사적 소유'라는 개념으로 다시 압축될 수 있는 이 명제들은 공산주의의 방향을 서술하는 한편 공산주의에 대한 비판의 빌미를 제공한다. 공산주의는 생산 수단의 공유를 통해 지배 구조를 폐지하고 모든 개인의 자유를 실현하고자 했으나, 생산 수단을 공유하고 관리하고 독점하는 사회 조직이 오히려 더욱 폐쇄적인 절대주의 국가를 산출해냄으로써 하나의 역사적 허구로 판명된 것이다. 그러나 주어진 조건을 냉철하게 분석하면서 동시에 각자의 자유로운 발전이 모두의 자유로운 발전의 조건이 되는 연합체를 꿈꾸었던 공산주의는 결국 인간 해방을 지향했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제2장 《공산주의의 원칙》은 엥겔스에 의해 교리 문답 형식으로 씌어진 공산주의자 동맹의 강령이다. 그러나 이 문건을 단지 잠정적인 초안으로 간주한 엥겔스는 마르크스에게 낡은 교리 문답의 형식을 포기하고 강령을 《공산당선언》의 형식으로 작성할 것을 피력했다. 공산주의자 동맹 2차 대회는 이 두 사람에게 선언을 작성하는 과제를 위임했고, 마르크스주의 창립자들은 《공산당선언》을 작성하면서 《공산주의의 원칙》에서 발전된 명제들을 되살렸다.


제3장은 1848년 2월 영국에서 23쪽 분량의 판본으로 처음 출간된 《공산당선언》의 중판본과 번역본들의 서문을 모았다. 1872년 독일어판 서문부터 1893년 이탈리아어판 서문에 이르기까지, 선언이 처음 공표되었던 1848년부터 약 50여 년간 파동쳤던 《공산당선언》의 영향을 직접 확인할 수 있다. 마르크스 사후에 출간된 판본들에는 엥겔스가 서문을 쓰고 서명했다. 1848년 혁명이 사회주의 혁명은 아니었다 하더라도 사회주의 혁명을 위해 길을 닦아주고 그 기반을 준비했다. 《공산당선언》의 이 같은 확산은 당시 노동자들의 국제적 공동 대응의 움직임을 뚜렷이 짐작할 수 있게 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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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르크스 (Karl Heinrich Marx)

마르크스의 생애는 그의 사상이기도 하다. 그의 생애만큼 이론과 실천의 변증법적 통일을 증명해 주는 사례도 없을 것이다. 그는 평생 자신이 처해 있는 시대적 상황을 치밀하게 연구하고 그 결과를 토대로 시대적 상황을 변화시키기 위한 실천에 문자 그대로 혼신의 노력을 아끼지 않았다. 그에게 이론은 실천을 위한 도구였고 실천은 이론의 타당성을 검증하는 장(場)이었다. 그렇다고 해서 그에게 처음부터 과학적 인식이 완벽한 형태로 갖추어져 있었던 것은 결코 아니었다. 그가 살았던 역사적 상황과 함께 그의 실천 방식이 끊임없이 변화했듯이 그의 사상 또한 부단한 변화를 겪으면서 발전 과정을 거쳤다. 마르크스의 사상적 발전 과정 자체가 마르크스 유물론의 산증인인 셈이다.

프리드리히 엥겔스 (Friedrich Engels)

1820년 독일 바르멘에서 태어났다. 자본가 집안에서 유복하게 자랐지만 1844년 마르크스를 만난 뒤 그의 사상적 동지가 되었다. 마르크스가 이론 작업에 전념할 수 있도록 경제적으로 그를 후원했고, 이 후원은 놀라운 헌신과 함께 평생 이어졌다. 마르크스가 쓴 거의 대부분의 원고를 읽고 조언을 했기 때문에 두 사람은 “서로의 머리를 바꿔 앉아도 될 정도”였다고 평가된다. 마르크스의 유고들을 출판했고, 특히 《자본론》 제2권과 제3권은 혼신을 기울여 편집해 세상에 내놓았다.

이진우는 연세대학교 독문과를 졸업하고 독일 아우크스부르크 대학에서 철학 석사 및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계명대학교 철학과 교수 및 동대학 총장, 니체전집 편집위원, 한국 니체학회 회장, 포스코교육재단 이사장, 포스텍 인문사회학부장, 포스텍 인문기술융합연구소 소장 등을 역임했다. 현재 포스텍 인문사회학부 석좌교수로 재직 중이며, 한국 철학회 회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지은 책으로는 한길사에서 펴낸 『이성정치와 문화민주주의』를 비롯해 『니체의 인생강의』 『니체. 실험적 사유와 극단의사 상』 『니체의 차라투스트라를 찾아서』 『테크노인문학』 『프라이버시의 철학』 『도덕의 담론』 『이성은 죽었는가』 『한국 인문학의 서양 콤플렉스』 『지상으로 내려온 철학』 『탈현대의 사회철학』 등이 있다. 옮긴 책으로는 한길사에서 펴낸 『전체주의의 기원』(한나 아렌트), 『인간농장을 위한 규칙』(페터 슬로터다이크)과 이외에도 『책임의 원칙』(한스 요나스), 『현대성의 철학적 담론』(위르겐 하버마스), 『덕의 상실』)(알레스데어 매킨타이어), 『냉소적 이성 비판』(페터 슬로터다이크), 『공산당 선언』(마르크스·엥겔스), 『비극의 탄생·반시대적 고찰』(니체)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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