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36년 체코어로 발표됨과 동시에 스웨덴어로 번역되어 노벨 문학상 심사위원들이 가장 먼저 읽었고 당대의 지식인들에게 시대적 비전을 제시해 주었다. 차페크는 연구 보고서, 여행기, 취재기, 각국의 신문 기사와 영화 시나리오에 이르기까지 방대한 자료를 절묘하게 이어 붙여 20세기 인류의 상흔을 실감나게 묘사해 냈다.
국내 최초로 완역된 이 책은 트릭과 패러디의 결정판으로 불리는 작품의 특징을 최대한 살려, 다채로운 컬러와 갖가지 타이포그래피를 사용해 본문을 입체적으로 디자인하였다. 번역 없이 등장하는 독일어, 영어, 프랑스어, 이탈리아어, 라틴어를 각국의 판본을 비교해 정확하게 복원했고, 미국, 프랑스, 독일 판본에서도 찾아보기 어려운 작가의 서문을 발견, 수록했다.
주한 체코 대사 야로슬라프 올샤 Jr.의 작품 해설을 함께 수록하였다. 그는 차페크의 오랜 애독자이자 SF 잡지의 편집장을 지낸 독특한 이력의 소유자로, 차페크의 작품 세계, 출간 당시의 반응, 노벨상에 얽힌 비화를 소개하여 차페크를 깊이 읽게 돕는다.
카렐 차페크 Karel Čapek
카프카, 쿤데라와 함께 체코 문학의 길을 낸 국민 작가 카렐 차페크는 1890년 1월 9일 오스트리아-헝가리 제국 보헤미아 북동부 지역에서 태어났다. 김나지움을 우수한 성적으로 졸업하고 프라하 카렐 대학에 입학했다. 대학시절 베를린과 파리의 대학을 오가며 수학했고, 1915년 철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20대 초반 강직성 척추염이라는 희귀 질환을 진단받았지만, 더욱 왕성한 집필 작업으로 체코 문학의 기린아로 부상했다. 1916년 산문집 빛나는 심연 외(外)를 시작으로 소설, 희곡, 에세이, 동화, 번역 작품에 이르기까지 여러 장르에서 뛰어난 작품들을 발표했다. 동시에 체코 주요 일간지 나로드, 나로드니 리스티 등의 편집자로 일했다. 몇 차례 노벨 문학상 후보에 올랐던 차페크는 독일이 프라하를 점령하기 몇 달 전인 1938년 12월 25일 인플루엔자 합병증으로 사망하였다.
김선형
1969년 서울에서 태어났다. 서울대학교 영어영문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논문 「Arthur Miller 의 글에 나타나는 희망의 모색」으로 석사 학위를, 2006년 르네상스 영시를 전공하여 논문 「<내면의 낙원>과 『실낙원』의 정치성」으로 문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세종대학교 초빙 교수로 재직한 바 있으며, 2010 년 유영번역상을 수상했다. 옮긴 책으로는 아이작 아시모프의 『골드』, C. S. 루이스의 『스크루테이프의 편지』, 토니 모리슨의 『빌러비드』와 『재즈』, 마거릿 애트우드의 『시녀 이야기』, 실비아 플라스의 『실비아 플라스의 일기』, 더글러스 애덤스의 『은하수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를 위한 안내서』, 킹슬리 에이미스의 『럭키 짐』, F. 스콧 피츠제럴드의 『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 카렐 차페크의 『도롱뇽과의 전쟁』, 『곤충 극장』, 조조 모예스의 『미 비포 유』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