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 『필사의 기초』는 이제 다이어리에서 벗어나 조금 더 나아가고 싶은 이들을 위한 안내서이다. 손글씨의 재미가 막 느껴졌는데 그다음은 어떻게 할까 하는 이들에게 주는 선물 같은 책이다. 저자는 글씨를 예쁘고 가지런히 쓰지 못하더라도, 바빠서 딱히 시간을 낼 수 없더라도, 좋은 책상과 의자가 없더라도 어쨌든 읽고 써 보라고 권한다. 궁극의 독서는 필사라고 주장한다. 옮겨 적으며 다시 한 번 책을 이해하고 소화하고 내 안을 채운다. 내가 선택한 필기구로 사각사각 소리를 내며 종이 위를 걷는 손맛과 그렇게 한 번 더 글을 읽어 가는 맛을 즐거워하는 때가 오면, 펜을 쥔 손의 뻑뻑함도 굳힌 자세 때문에 오는 어깨의 뻐근함도 눈의 피로도 충실한 기분을 더해 주는 불편이 된다.
저자 : 조경국
필사를 시작한 지 10여 년 되었고 펜이나 노트 등 문구류는 필사를 시작하기 전부터 좋아했다. ‘받아쓰기’ 해야 하는 직장에서 꽤 오래 버틴 덕분에 쓰는 습관이 자연스레 몸에 배었다. 펜글씨 교본을 몇 권 가지고 있으나 끝까지 채워 본 적은 단 한 번도 없다. 시집에 얇은 공책을 끼워 다니며 필사하고 만년필로 어설프게 그림 그리는 것을 즐긴다. 『천자문』은 열 번 넘게 베껴 썼고, 몇 번 중간에 그만둔 사서삼경을 제대로 필사하는 것이 목표다. 오래전부터 헌책방 책방지기가 되길 꿈꾸었다. 여러 직업을 전전하다 마흔 되는 해에 마침내 그 꿈을 이루어 고향에서 소소책방을 꾸리며 3년째 열심히 버티고 있다. 책방지기가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직업이라고 믿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