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 서

· 세계문학전집 Book 421 · 민음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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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 위에서』로 비트 제너레이션의 화신이 된

전설적인 작가 잭 케루악

캘리포니아의 아름답고도 낯선 해변 빅 서에서

그가 써 내려간 감각적인 사색과 통찰, 그리고 한 편의 시


『길 위에서』로 미국 현대 문학에 크나큰 충격을 남긴 비트 세대의 대표 작가 잭 케루악의 자전적 소설 『빅 서』가 민음사에서 출간되었다. 『빅 서』는 케루악이 캘리포니아의 빅 서 해변에서 보낸 1961년 가을, 단 열흘 동안에 쓰인 작품이다.

『길 위에서』가 발표되면서 하루아침에 유명해진 케루악은 미국 문단의 총아이자 카운터 컬처(counter culture)의 기수로 떠올랐고, 그 이후 5년 동안 원치 않았던 명성의 해악과 알코올중독 증상에 시달린다. 그는 홀로 있을 시간과 자연의 치유가 필요하다고 느꼈다. 그리하여 방탕한 생활을 청산하기 위해 빅 서 해변에 위치한 친구의 외딴 오두막으로 떠난다. 하지만 그 생활에서 곧 외로움을 느끼고 결국 다시 도시로 돌아가서 친구들과 어울리며 과음하는 생활을 반복한다. 빅 서 해변과 샌프란시스코를 오가는 나날 속에서, 그는 자연 앞에서 느끼는 실존적 낯섦과 알코올중독으로 인해 정신이 쇠퇴해가는 고통스러운 과정을 자신의 분신이자 화자인 잭 들루오즈의 시각을 통해 차분하면서도 집요하게 기술한다.

■ 미국 모든 카운터 컬처의 원조,

비트 제너레이션의 탄생

자유로운 영혼을 지닌 젊은 작가 샐 파라다이스와 태양 같은 정열을 발산하는 청년 딘 모리아티가 미국 동서부를 횡단한 세 번의 여행을 그린 소설 『길 위에서』는 1950년대 미국 문단에 신선한 충격을 주었을 뿐 아니라, 이들의 자유로운 생활과 열린 정신에 영감을 받은 젊은 비트족들을 탄생시켰다. 이들은 2차 대전 직후 경제적 황금기를 누리던 미국 사회의 소비주의적, 물질적이고 획일적인 사고방식을 거부했다. 동양의 선불교에 심취하거나 자연과의 교감을 중시하고, 재즈나 록큰롤 등의 음악에 깊이 빠졌다. 직업을 갖고 주택 대출금을 내는 인생이 아니라 길 위를 떠도는 부랑자의 삶을 살았고, 가정을 꾸리기보다는 여러 상대와 함께 성적(性的)으로 열린 생활을 영위했으며, 알코올과 마약 등을 탐닉하는 자유로운 보헤미안의 삶을 추구했다. 이들은 곧이어 1960년대의 주류 문화가 될 히피의 선배 격이기도 했다.

‘비트’라는 용어는 케루악이 소설가 친구인 허버트 헝크(Herbert Huncke)와 대화하며 처음 쓴 말로, 무일푼에 전망도 없는 신세를 뜻한다. 이들 비트닉(Beatniks)의 원조인 잭 케루악, 앨런 긴즈버그, 윌리엄 버로스, 루시언 카는 컬럼비아 대학교에서 만났다. 이 모임은 점차 확대되었고, 주로 뉴욕과 샌프란시스코, 뉴올리언스 등지를 오가며 뜻이 맞는 다양한 이들과 생활을 함께했다. 이들 중에서 케루악 외에도 유대계 좌파 동성애자인 시인 앨런 긴즈버그과 유대계 우파 소설가인 윌리엄 버로스가 끝까지 비트 세대의 정신을 대표하는 작가로 남았다.

케루악의 대표작인 『길 위에서』는 타자 용지를 두루마리처럼 길게 이어 붙인 36미터짜리 종이 위에, 단 3주 만에 써 내려간 작품이었다. 실험적인 필체, 약물 사용과 동성애 묘사 등의 선정적인 내용을 담았다는 이유로 여러 출판사에 거절당한 끝에 1957년에야 간신히, 그것도 대대적인 삭제 및 수정, 그리고 익명화 작업을 거친 후, 출간되었다. (비트닉 동지인 버로스의 『네이키드 런치(Naked Lunch)』, 긴스버그의 『울부짖음(Howl)』도 마찬가지로 외설 혐의에 시달렸다.) 우여곡절 끝에 『길 위에서』가 출간되고 몇 주 후 길버트 밀스타인(Gilbert Millstein)이 《뉴욕 타임스》 서평에서 케루악을 신세대의 목소리라고 선언하고 미국의 주요 작가로 칭송하면서, 비로소 케루악은 친구인 앨런 긴즈버그, 윌리엄 버로스와 함께 미국 문학을 대표하는 신세대 작가로 인정받게 되었다.

■ ”당장 손을 써야지, 안 그러면 난 끝이야.“

『길 위에서』로 일약 유명작가가 된 케루악은 감당할 수 없는 유명세로 인해 기자들과 팬들, 이유 없이 적대적인 사람들에게 치이던 어느 날, 도시에서의 삶에 염증을 느낀다. 소설 『빅 서』가 시작하는 시점은 1960년 8월. 케루악의 분신인 주인공 잭 둘루오즈는 샌프란시스코에서 숙취에 시달리고 있다. 친구이자 동료 작가인 로렌조 몬샌토의 빅 서 오두막에 가서 지낼 기회를 놓치고 호텔 방에 앉은 잭은 “당장 손을 써야지 안 그러면 난 끝”임을 절감하고 자리에서 일어나 버스 여행과 긴 도보 끝에 빅 서에 이른다. 하지만 빅 서 해변은 소문과 달리 아름답지만은 않았고, 바다 위로 드높이 솟은 절벽은 공포와 경외마저 불러일으킨다.

오두막에서 홀로 보내는 시간은 잭에게 꼭 필요한 것이었다. 그는 어떤 동물도 죽이지 않기로 결심하고 새, 다람쥐, 생쥐들에게 먹이를 준다. 밤에는 바닷가에 앉아 귀에 들리는 대로 바다의 말소리를 받아 적는데 그 결과물이 이 소설 맨 끝에 수록된 시(詩)다. 빅 서 해변의 삶은 비교적 평화롭긴 하지만 뭔가가 잘못되고 있다는 신호가 불쑥불쑥 나타난다. 후에 밝혀지겠지만, 그것은 곧 발현될 알코올중독 섬망의 징조였다. 또한 그는 자신이 동생처럼 아끼던 고양이가 죽었다는 소식에 큰 충격을 받기도 한다.

그는 다시 도시로 돌아가서 비트닉 동료들과 만나 시간을 보내며 과도하게 술을 마시고, 과도한 대화를 나눈다. 친구 데이브 웨인과 그의 여자친구 로마나, 비트닉의 일원이 되길 꿈꾸는 청년 론 블레이크와 어울린다. 데이브의 도움을 받아 코디 포머레이(닐 캐서디의 분신. 『길 위에서』에서는 딘 모리아티로 등장)를 만나러 가지만, 감옥에서 출소한 코디가 예전과 달리 자신과만 이야기를 나눌 시간을 찾지 못하는 것을 보고 실망하기도 한다.

그들은 이어서 결핵병원에 입원한 친구 조지 바소를 만나러 간다. 잭은 죽음을 앞둔 그에게서 삶의 유한성을 떠올리고 죽음의 영원함이라는 관념 앞에 괴로워한다. 이후 코디는 잭을 네 살배기 아들 엘리엇과 함께 사는 금발의 여인 빌리에게 데려가고, 잭과 빌리는 즉시 서로에게 반한다. 잭은 그녀 집에 머무르며 술만 마시는 나날을 보낸다. 그러면서 그의 정신은 더욱 퇴화하기 시작한다. 빌리는 그에게 완전히 빠져들어 결혼까지 바라지만, 잭은 그런 언약은 할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한다. 그리고 잭은 빌리, 데이브, 로마나를 빅 서 오두막에 몇 주간 데려가지만, 거기서부터 그의 상태는 악화일로를 걷기 시작한다.

잭의 상태는 갈수록 나빠져 섬망, 환영, 망상, 몸 떨림으로 점철된 끔찍한 밤을 맞는다. 고통과 망상에 시달리다가 가까스로 잠이 든 잭은 겨우 멀쩡한 기분으로 일어난다. 그는 결국 모든 게 괜찮아질 거라고 마음 먹으며, 어머니가 계시고, 사랑하는 고양이가 마당에 묻힌 뉴욕 집에 돌아갈 날을 고대한다. 빅 서 해변에서의 나날은 이렇게 부드러운 기대와 절망적인 감상으로 막을 내린다.

■ 삶의 유한성을 마주한 인간의 불안과 깨달음

케루악의 이름을 널리 알린 작품은 『길 위에서』이지만, 명성의 참화와 자연의 구원을 깊이 파고들면서 그의 불안한 영혼을 한결 성숙하고 설득력 있게 들여다보는 『빅 서』야말로 그의 가장 훌륭한 작품이라는 평가도 있다. 케루악은 사람들이 자신에 대해 기대하는 비트닉 선구자의 이미지(『길 위에서』의 유쾌한 25세 청년)와 자신의 실상(지쳐빠지고 냉소적인 40세 중년) 사이의 간극을 두고 탄식하며 자조한다. 자연에서도, 여성과의 관계에서도, 길 위를 함께 달리던 친구들에게서도 이제는 더 이상 충만함을 찾을 수가 없다.

소설의 시작에서 화자, 즉 케루악은 자연 즉 자립, 불교, 정신적 순결, 진실 같은 것들이 아직 자신의 영혼을 구원해줄 수 있으리라 믿지만, 부드러운 절망이 깃든 결말을 보면 그런 희망은 천진한 꿈이었음이 드러난다. 화자가 다시 홀로 자연을 찾아들 수 있을지, 아니, 다시 자신의 영혼을 진정으로 들여다볼 용기를 낼 수 있을지는 확실치 않다. 자연을 두려워한다는 것은 우리 자신을 두려워한다는 뜻이고, 바로 그것이 책의 결말에서 화자가 놓여 있는 곳이다. 이렇듯 케루악의 또 다른 걸작 『빅 서』는 삶의 유한성, 노화, 중독이라는 주제를 천착하며 명성의 쇠퇴 속에 살아가는 인간의 초상을 담아내며 막을 내린다.

『빅 서』를 출간한 뒤 7년 후인 1969년 10월 20일 아침, 플로리다주 피터스버그에서 책을 쓰던 케루악은 갑작스러운 메스꺼움에 화장실로 달려가 피를 토했고, 병원으로 옮겨져 식도 출혈 치료를 받고 수술대에 올랐으나 간 손상으로 결국 의식을 회복하지 못하고 이튿날 아침 47세의 나이로 사망했다. 사유는 오랜 알코올 남용이 부른 간경화와 그로 인한 내출혈이었다.

케루악이 구사한 ‘의식의 흐름’ 필체는 프루스트의 그것에 비견할 만하다는 격찬을 받았고, 그가 선택한 도발적인 주제와 자유로운 형식은 커트 보니것, 토머스 핀천, 조지프 헬러와 같은 20세기 미국 포스트모던 문학의 문을 열어주었다. 그뿐 아니라 밥 딜런, 비틀스, 그레이트풀 데드 등 다수 음악인들이 자신들의 음악과 생활양식에 그가 남긴 영향을 증언할 만큼 록 음악에도 중대한 영향을 미쳤다. 록 밴드 도어스의 멤버인 레이 맨저렉(Ray Manzarek)은 “만일 잭 케루악이 『길 위에서』를 쓰지 않았다면 도어스는 존재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단언했을 정도다. 이처럼 케루악은 혜성처럼 나타나 너무 짧은 생을 마쳤으나, 그가 남긴 영향력은 문학에만 국한되지 않고 현재 미국 문화의 근간을 이루는 여러 요소에서 아직도 여전히 살아 숨 쉬고 있다. 

About the author

잭 케루악 (Jack Kerouac)

1922년 미국 매사추세츠주에서 태어났다. 1940년 콜럼비아 대학교에 입학하나 학업을 중단하고 갖가지 직업을 전전하다 2차 세계대전에 해군으로 참전한다. 종전 후 대학교를 자퇴하고 작가 윌리엄 버로스, 닐 캐시디, 앨런 긴즈버그 등과 함께 미국 서부와 멕시코를 도보로 여행한다. 이때의 체험을 바탕으로 쓴 『길 위에서』가 1957년 출간되자 당시 젊은이들의 열광적인 반응을 얻으며 케루악은 소위 ‘비트 세대’를 주도하는 작가로 단숨에 자리매김한다. 형식에 구애받지 않은 즉흥적인 문체, 거침없이 역동하는 재즈와 맘보의 리듬, 끓어오르는 에너지와 호기심으로 가득한 이 작품은 이후 문학과 문화 전반에 큰 영향을 미쳤다. 또한 소설의 가치관에 감흥을 받은 젊은이들은 도취의 세계를 찾아 전국을 방랑하면서 1960년대 히피 운동을 탄생시키는 도화선을 만들었다. 이어 그는 『달마 부랑자』, 『외로운 여행자』, 『빅 서』 등의 작품을 발표했다. 1969년 47세의 나이로 사망했다

김재성 (옮긴이)

서울대학교 영어영문학과를 졸업했고 현재 미국 캘리포니아에 거주하며 출판 기획 및 번역을 하고 있다. 옮긴 책으로 《밤에 우리 영혼은》 《가을》 《우상들과의 점심》 《불안한 낙원》 《신디 로퍼》 《쇼스타코비치는 어떻게 내 정신을 바꾸었는가》 《너는 너의 삶을 바꿔야 한다》 《나의 우울증을 떠나보내며》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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