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언제나 옳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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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전을 믿어요, 나를 믿어요? 누구를 믿을지는 아줌마한테 달렸어요.”


 ‘나’는 ‘성스러운 종려나무(Spiritual Palms)’라는 호텔에서 일하는 매춘부이다. 손목에 문제가 생겨 남성 고객들 사이에서 평판이 자자하던 수음 테크닉을 발휘하지 못하게 되자, 호


텔 앞으로 자리를 옮겨 점을 보며 사람들의 기운을 읽는다. 물론 실제로는 신기(神氣)와 상관없이, 어릴 때부터 익힌 요령으로 손님들의 상황을 짐작해 마음을 읽어낼 뿐이다. 

  

  그러던 어느 날 수전 버크가 찾아온다. 그녀는 카터후트 메이너(Carterhook Manor) 가문의 낡은 저택을 처리하느라 지칠 대로 지쳐 있다. 낡은 저택은 그녀의 문제투성이 의붓아들, 열다섯 마일즈에게도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 나는 퇴마사를 자처하며 귀신이 나온다는 저택을 정화해주겠다고 약속하지만, 직접 본 저택과 마일즈의 상태는 내 예상을 훌쩍 뛰어넘는다. 벽마다 기괴한 핏자국이 나타나고, 마일즈는 나를 볼 때마다 이 집에서 나가라고 협박한다. 저택에 관해 조사하던 나는 100년 전 카터후크 가문이 이 저택에서 큰아들의 손에 잔인하게 살해되었다는 것을 알게 된다. 사진으로 본 큰아들은 마일즈와 무서울 정도로 닮았다. 

  하지만 마일즈는 수전이 나를 죽이기 위해 이 집으로 끌어들였으며, 이 집에 계속 머물다 가는 두 사람 모두 수전의 손에 죽을 거라고 말한다. 반면 수전은 마일즈가 자신과 친아들을 살해하고 말 것이라며 제발 도와달라고 매달린다. 나는 누구의 말이 진실인지 도무지 가늠할 수 없고, 저택에서는 하루가 멀다 하고 의문의 사건들이 벌어지는데…….  


  “결말을 안 뒤에 더 생각하게 만드는 수수께끼 같은 책!”

  길리언 플린, 자신이 가장 잘 쓰는 글을 선사하다

  

  《나는 언제나 옳다》는 《나를 찾아줘》로 전 세계를 강타하며 ‘여성 스릴러’의 진수를 보여준 길리언 플린이 야심차게 내놓은 단편소설로, ‘미국의 톨킨’이라 불리는 조지 R.R. 마틴이 의뢰해 집필한 작품이다. 2014년 조지 마틴은 미스터리, 공포물, 순문학 등 장르 구분 없이 필력이 탁월한 작가들에게 단편을 청탁, 《사기꾼Rogues》라는 크로스 장르 선집을 냈다. 여기에 길리언 플린은 〈무슨 일 하세요?What do you do?〉를 기고했는데, 이 작품으로 2015 에드거상 최우수단편상을 수상한다. 

  장르 문학의 대가 스티븐 킹이 “진짜 물건”이라고 극찬을 아끼지 않은 〈무슨 일 하세요?〉는 2015년 11월 3일 《그로운업The Grownup》으로 출간되자마자 아마존 베스트셀러에 오른 데 이어 아마존, 반스앤드노블, 〈허핑턴 포스트〉, 〈퍼블리셔스 위클리〉, 〈오 매거진〉, 〈글래머〉, 〈엔터테인먼트 위클리〉가 ‘2015 올해의 작품’으로 선정해 큰 화제를 모으고 있다. 200매가 안 되는 짧은 소설이 왜 이토록 뜨거운 반응을 불러일으키는 것일까? 


  우선,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건 ‘전통적인 공포소설’에 대한 길리언 플린의 오마주다. 

  낡고 오래된 빅토리아풍 저택에 얽힌 어느 가족의 과거사, 꼬리가 잘린 채 돌아다니는 고양이, 벽에 흐르는 핏자국, 밤마다 들리는 의문의 소리, 컴컴한 복도 끝에서 들려오는 발자국 소리, 촛대 모양의 조명과 목에 끈이 묶인 채 매달린 인형…… 

  중세 시대의 건축물과 폐허를 배경으로 귀신 이야기를 다룬 공포소설은 19세기 중엽 이후 사실상 사라졌지만, 일부 기법과 장치는 브론테, 에드거 앨런 포, 찰스 디킨스 등의 작품에 등장하면서 현대까지 이어지고 있다. 길리언 플린은 이러한 기법과 장치를 되살려 과거의 귀신 이야기와는 전혀 다르면서도 플린 특유의 섬뜩함과 여운을 끝까지 유지하는 독창적인 이야기를 써냈다.  


  둘째, 가족 간의 미묘한 심리전이 작품 속 기이한 현상들을 그럴듯하게 연결해주고 있다. 길리언 플린의 전작에서도 볼 수 있듯, 《나는 언제나 옳다》에서도 원수가 되고 살인을 계획하는 건 한 지붕 아래 함께 사는 사람들이다. 엄마와 딸, 남편과 아내, 새엄마와 의붓아들, 시어머니와 며느리까지, 우리를 진정 괴롭히는 건 멀리 있는 타인이 아닌 가장 가깝고 가장 멀리 있는 가족이다. 이번 작품에서 플린은 아름답고 세련됐지만 우울한 새엄마 수전과 작고 창백한 의붓아들 마일즈를 중심으로, 늘 부재중인 아빠와 수전의 친아들 간의 갈등을 군더더기 없고 날카로운 특유의 문체로 묘사하고 있다. 


  셋째, 플린은 현실과 소설을 구분하지 않는다. 그녀는 언제나 ‘가장 익숙한’ 혹은 ‘주변에서 항상 볼 수 있는’ 소재를 바탕으로, ‘나는 지금 어떻게 살고 있는지’ 돌아보게 만든다. 

  《나는 언제나 옳다》의 화자인 ‘나’는 도시 빈민, 미혼모의 딸이다. 주정뱅이 엄마와 길거리에서 구걸하면서 자라 남자들의 수음을 돕는 매춘부 일을 하다가 가짜 심령술사 노릇을 해보려고 한다. 내가 혼잣말처럼 중얼거리는 이야기 속에는 오늘날 미국과 한국 사회의 계급, 도시 문화, 심지어 중산층을 중심으로 점과 운세가 유행하는 풍조까지 슬쩍슬쩍 녹아 있다. 

  나는 길에서 구걸할 때조차 머리를 써서 한 푼이라도 얻어내기 위해 노력하고, 매춘부이지만 책을 좋아한다며 구걸, 매춘, 글쓰기 모두 타인을 위로하는 일종의 엔터테인먼트 사업이라고 말한다. 길리언 플린은 ‘나’의 이러한 시선과 묘사를 통해 기존의 공포소설을 한 단계 격상시킨다. 


  길리언 플린은 여기서 그치지 않고 또 다른 모험을 시도한다. 화자의 저택 방문을 탐탁찮게 여기는 의붓아들 마일즈는 이야기의 정점에서 화자에게 말한다. “수전을 믿어요, 나를 믿어요?” 누구 말이 진실이냐고 화자가 되묻자, 마일즈는 다시 말한다. “누구 말을 믿을 지는 아줌마 마음에 달린 거죠.” 그러자 화자는 ‘그래, 너를 믿어보자’ 하고 이야기를 끝내버린다. 책을 다 읽고 나서도 진실을 모르는 것이다. 

  결국 독자도 화자, 수전, 마일즈의 말 전체를 되새겨보아야 한다. 작가의 설정대로 등장인물들이 일방적으로 이야기를 끌고 가는 것이 아니라 독자들도 다시 처음으로 돌아와 ‘무엇이, 어디까지 진실일까’ 고민하면서 읽어야 한다.


  

 “나에게는 일을 처리해줄 수 있는 어른이 필요해요. 진짜로요. 차를 몰고, 호텔 방을 잡는 그런 일 말예요. 나이에 비해 내가 너무 작잖아요. 열다섯 살인데 다들 열두 살로밖에 안 봐요. 제대로 돌아다니려면 아줌마 같은 어른이 필요해요. 아줌마가 나를 데리고 그 집을 나가주기만 하면 됐는데, 정말로 그렇게 하셨죠. 아줌마는 자기 발로 경찰서에 찾아가진 않을 거잖아요. 모르긴 몰라도 아줌마 같은 사람들은 보통 전과도 있지 않나요?” _80p


“하하! 좋은 지적이에요. 그럼 누군가는 아줌마에게 거짓말을 한 거네요. 어느 쪽을 믿을 건지는 아줌마가 결정해야 한다고 봐요. 수전이 또라이라고 믿고 싶으세요, 내가 또라이라고 믿고 싶으세요? 어느 쪽을 믿는 편이 좀 더 마음 편한가요? 처음에 나는 아줌마가 수전을 계속 미친 사람이라고 생각하는 편이 더 낫다고 봤어요." 82p


  

  이런 특징은 많은 현대 소설에서 시도했던 작가-화자-인물-독자 간의 ‘이야기 게임’이라 할 수 있다. 작가는 쓰고 독자는 읽는 단순한 독서가 아닌 독자가 작품에 개입해 함께 이야기를 풀어가는 행위는, 독자가 각 등장인물들의 처지에서 상황과 입장을 다시 생각해보게 하는 힘을 심어준다. 작품에서 자유롭게 펼쳐지는 여성 주인공의 심리 묘사와 조롱, 냉소는 덤이다. 


  길리언 플린은 본인이 가장 잘 알고 있고 가장 잘 쓰는 장르의 기호를 탁월한 솜씨로 풀어낸다. 스티븐 킹, 케이트 앳킨스, 미국 유수 언론들의 찬사처럼 ‘천재 이야기꾼’이자 ‘타고난 스토리텔러’인 플린의 소설을 이제는 굳이 추리냐 스릴러냐 대중 문학이냐로 구분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사람들은 다른 사람이 자신을 좋아하게 만들기 위해 스스로를 최대한 포장하지만, 결과적으로는 다른 사람들을 속이고 있다. 자신의 전부를 보여주지 않기 때문이다. 누구든지 상대방의 어두운 모습과 그렇게 사는 이유를 알게 된다면, 그들을 이해하고 그들에게 더욱 흥미를 가질 것이다. 

_작가의 말. 영국 언론과의 인터뷰


나는 작품을 통해 스스로를 철저히 고립시키며 외로움을 자처하는 사람들을 탐구하고 싶었다. 혹자는 내가 난해한 인물들, 즉 상처받고, 불안해하고, 철저하게 비열한 인물들을 그리는 데 전문가라고 말하지만, 나는 개인적으로 나의 모든 작품에 등장하는 실패자들과 왕따들을 사랑한다. _작가의 말 

About the author

 발표한 모든 작품이 영화와 드라마로 제작되어 ‘할리우드 영향력 1위 작가’가 된 천재 스토리 텔러. 데뷔작 《몸을 긋는 소녀》로 CWA 스틸 대거상과 뉴 블러드 대거상을 받았고 두 번째 소설 《다크 플레이스》는 ‘최고의 책’(〈뉴요커〉, 〈퍼블리셔스 위클리〉), ‘여름에 반드시 읽어야 할 책(〈투데이〉)’으로 선정되었다. 세 번째 소설 《나를 찾아줘》는 출간 직후 아마존, 〈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 1위를 기록했으며 41개국에 소개되었다. 또한 〈타임〉, 〈월스트리트 저널〉, 〈워싱턴 포스트〉 등 세계 주요 언론과 스티븐 킹, 오프라 윈프리가 ‘최고의 소설’이라고 극찬한데 이어 데이비드 핀처가 영화로 제작하고 길리언 플린이 직접 각본을 맡으면서 국내에서도 큰 화제를 모았다. 길리언 플린의 소설은 전 세계를 통틀어 1,300만 부 이상 판매되었다.  

  《나는 언제나 옳다The Grownup》는 2014년 조지 R.R. 마틴의 단편선집 《사기꾼Rogues》에 〈무슨 일 하세요?What do you do?〉라는 제목으로 발표되었다. 길리언 플린은 이 소설로 2015 에드거상 최우수 단편상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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